카카오노조, 카카오모빌리티 인수하려는 사모펀드에 공적자금 투입 반대
정신아 대표 단독 의장 체제서 내부 반발 넘어 사업 재편 이뤄낼지 주목

카카오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계열사를 재편하는 가운데 내부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산업은행에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을 매수하려는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 철회를 촉구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계열사 매각설이 나오고 있는데 대해서도 강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취임 이후 핵심 계열사를 위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벌이는 정신아 대표가 노사 갈등을 돌파할 지 주목된다.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크루 유니언)는 17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앞에서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최근 카카오모빌리티 경영권 매각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서승욱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장은 “카카오모빌리티와 관련한 산업은행의 사모펀드 투자계획 철회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크루 유니언은 카카오모빌리티의 2대 주주인 사모펀드 TPG 컨소시엄이 지분 매각을 시도하고 있고, 최근 VIG 컨소시엄에서 유력 인수 후보로 인수 작업을 조율 중인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VIG 컨소시엄이 TPG 컨소시엄 지분 인수를 넘어 1대 주주인 카카오의 지분을 포함한 경영권 확보를 희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대출 형태로 주선사로 참여할 것이라는 것이 노조 측 분석이다.
크루 유니언은 최근 잇따라 불거진 계열사 매각설에 대해 강하게 반대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지난 9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매각설이 제기되자 사모펀드가 과도하게 카카오 계열사의 경영에 개입하고 있다면서 이용자 보호장치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다음도 법인으로 분사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는데 다음이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매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3월 정 대표 취임 이후 카카오톡과 AI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비핵심 사업은 매각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정 대표 취임 전인 지난해 2월 137개였던 카카오 계열사는 지난 2월 116개사로 21개 줄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지분 매각, 카카오 VX 매각, 다음 분사 등은 계열사 재편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는 카카오가 문어발식 경영, 골목상권 침해 등 여론 악화와 함께 AI 시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고육책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에 공격적인 인수합병과 외부 투자 유치, 사업 다각화 등을 바탕으로 카카오식 성장 전략 또한 대대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김범수 창업자가 카카오라는 우산 아래 자회사를 빠르게 키웠지만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규제가 들어오고 사회적으로도 문어발 경영이라는 시각이 있었다”면서 “이 때문에 카카오가 굉장히 소극적으로 변했고 기존에 있던 자회사를 정리하려는 상황까지 왔다”고 말했다.
노조가 강한 반발에 나서면서 정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 대표는 김범수 창업자가 건강상 이유로 CA협의체 의장에서 물러나는 가운데 단독 의장을 맡고 있다. 지난달에는 주요 그룹사 임원들인 모인 경영 워크숍 '원 카카오 서밋'을 개최하면서 그룹 결집을 도모했지만 계열사 매각 이슈로 노사갈등 문제가 수면위로 불거지고 있다. 카카오 경영진들은 카카오엔터나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설에 대해 재무적투자자(FI) 교체 및 지분 변동 검토 과정이 매각설로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유영중 카카오모빌리티 최고재무관리자(CFO)도 사내에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의 핵심사업 포트폴리오로서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영권을 매각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카카오가 AI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변화는 불가피하기 때문에 더 큰 그림을 봐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AI를 도입하고 활용하는 플랫폼 기업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면서 “카카오는 현재 (AI 흐름에서) 동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노조도) 더 큰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