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더라구요.”
지난 23일 열린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산하 41개 공공기관 조찬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기관장이 전한 말이다.
언론에 보도된 대로 이날 간담회는 공공기관장들에게 치열한 자기반성을 요구하는 자리였다. 윤 장관은 단단히 마음먹은 듯 참석한 기관장들에게 쉼없이 경고사격을 가했다. 개선 의지가 부족한 기관장은 임기에 관계없이 조기 교체하겠다는 강경 발언도 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덕담이 오가는 연말, 그것도 월요일 이른 아침 식사 자리에서 험악한 얘기가 오갔으니 밥이 안 넘어갔다는 말이 괜한 엄살은 아닌 듯하다. 모르긴 해도 다들 간담회가 끝난 후 사무실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만감이 교차했을 터다.
어찌됐든 그날 참석자들이 밥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불편함을 느꼈다면 윤 장관의 공공기관장 소집은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부실·방만 경영을 질타하는 외부의 목소리가 아무리 높아도 기관장이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으면 고쳐질리 없다. 밥 한 끼 제대로 못 먹으면 어떤가. 스스로 개혁 의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앞으로다. 간담회가 41명의 기관장들에게 단순히 평생 잊지 못할 아침 식사 자리로만 기억돼서는 안 된다. 새해 실질적인 개혁성과를 내놓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지 않으면 모두 소용없는 일이 돼 버린다. 그저 `지금의 위기만 모면하자` `바꾸는 척이라도 해야겠다` `이 정도면 되겠지` 식의 대응으로는 곤란하다.
산업부도 “2014년을 공공기관 경영 정상화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장관의 선언이 헛되지 않도록 추후 철저한 점검에 나서야 한다. `한번 경고했으니 역할은 다했다` 같은 안일한 인식은 버려야 한다.
그래야 1년 뒤 2014년 12월 산업부와 산하 기관장 송년 조찬에서는 장관도 덕담을 하고, 기관장들도 맛있게 식사하는 장면이 연출될 것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