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의의 기술 경쟁으로 승화해야

전자산업계에서는 유난히 우리기업끼리 세계 1, 2위를 다투는 분야가 많다. 디스플레이도 그 중 하나다. 후발로 뛰어들어 이제는 세계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해 있다. 우리 기업간 경쟁이 일반화되다보니 자연스레 내부 싸움이 치열하다. 마케팅은 물론이고 특허와 기술분야까지 싸움이 확전되는 양상이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기술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9개월째 이어진 싸움은 해를 넘기고 있다. 대면적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생산 기술에서 시작된 공방은 소형 OLED를 넘어 LCD 기술까지 갔다. 상대방 핵심 기술에 흠집을 내기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양측 모두 나름의 정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싸움에 임하고 있지만, 그 진위를 떠나 우리 기업간 싸움이 해외 경쟁사들에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100년을 훌쩍 넘는 세계 과학·전기·전자·IT산업 역사에서 한국이 세계를 호령하기 시작한 것은 이제 불과 10여년이다. 지금도 우리 기업에 밀린 해외 기업들은 절치부심 `한국 따라잡기` `과거 명성 회복`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때로는 특허 공세로, 때로는 무역 장벽으로 호시탐탐 역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자칫 우리 기업 간 싸움의 결과가 이슈가 되고, 그 이슈가 경쟁국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초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초기, 국책과제 등에 주요 기업들이 함께 참여해 선진국 기술 따라잡기에 힘을 합쳤다. 공동 개발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과감하게 힘을 합쳤고, 그 기반에서 각 기업만의 정제된 노력을 곁들여 지금의 자리까지 올랐다.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기업 간 다툼은 대의에 묻어 두었다.

국내외를 떠나 기업 간 경쟁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기업 간 싸움이 대의를 훼손할 정도로 도를 넘어서는 안된다. 글로벌에서 싸워야 한다. 내부 다툼이 선의의 기술 경쟁으로 승화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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