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K씨는 퇴근 시각 때 전화 한 통을 받는다. 발신자는 사이버 개인비서 `지니Genie)`. 온라인상에 존재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휴대폰 화면에 어느새 귀여운 지니 아바타가 등장해 그녀에게 말을 건넨다. “주인님, 오늘 날씨가 무척 싸늘하죠. 기상청에 따르면 지금 바깥 온도가 17도라고 합니다. 미리 준비를 해둘까요?” “음. 쇼핑이나 하고 들어갈 테니 적당히 알아서 준비해.”
퇴근 준비를 마친 K씨는 급히 짐을 챙겨 자동차에 오른다. 열쇠를 꺼낼 필요는 없다. 휴대폰 속 지니가 무선 전자태그를 이용해 보낸 신호로 자동차가 스스로 출발 준비를 갖춘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으면 당연히 시동은 걸리지 않는다. 위성위치확인(GPS)을 사용한 길 안내와 도로 정보는 기본. 온라인 카스테레오로 인터넷 주크박스에 접속, 미리 저장해 둔 노래를 들으며 달린다.
시속 130㎞. “삐~ 삐삐”. 지니가 시끄러운 경보음과 함께 “주인님, 위험합니다!”고 외친다. 그녀가 몰던 승용차는 급히 가까운 도로변에 멈춰 선다. 잠시 후 K씨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예리한 쇳조각이 한쪽 타이어에 박혀 공기가 새고 있었던 것이다. 그대로 30여분만 더 달렸으면 큰 교통사고를 당할 뻔했다. 똑똑한 지니가 미리 위험을 경고해준 덕분에 무사히 쇼핑몰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녀가 쇼핑을 마칠 무렵, 아파트는 갑자기 분주해진다. 욕조에는 따뜻한 물이 콸콸 쏟아지고 청소로봇이 집 안을 윙윙 누비면서 방바닥을 닦는다. K씨가 집에 들어서자 안팎은 깔끔하게 정리됐다. 집 전체가 따뜻한 기운으로 가득하다. 목욕을 마친 K씨는 응접실에 앉아 프랑스 바이어와 영상 미팅을 한다. 프랑스어를 전혀 모르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휴대폰 속 지니가 통역을 맡는다.
미팅을 끝내고 소파에 앉아 리모컨을 누르자 TV 화면에 친숙한 지니가 나타난다. “오늘도 수고하셨죠. 따뜻한 커피가 준비됐습니다. 그런데…, 주인님. 병원에 한번 다녀오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혈압 데이터가 3회 이상 정상치를 넘었네요!” K씨 휴대폰과 자동차 핸들에 혈압을 측정하는 센서가 있다. 그녀의 생체신호를 전송받은 지니가 종합적으로 분석해 주치의를 한번 만나볼 것을 권했다. 지니는 무엇이든 척척 해낸다.
모든 인간과 사물이 실시간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초연결(Hyper Connectivity) 시대가 왔다. 우리가 생활하는 아파트, 사무실, 자동차는 물론이고 옷, 안경, 신발, 시계 등 모든 사물에 인공지능이 심어진다. 이들은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신선한 정보가 자유롭게 흘러 다닌다. 이것이 바로 시·공간을 뛰어넘어 사람과 사물이 보고, 듣고, 서로 느낄 수 있는 `기가코리아(Giga KOREA)` 환경이다.
결코 먼 미래 얘기가 아니다. 사물끼리 연결은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교통카드로 버스를 타거나 전철 개찰구를 통과할 때 카드 속 정보는 물리 공간에 존재하는 센서와 신호를 주고받으며 비용을 지불한다. 위치정보를 자동으로 발신하는 칩을 넣어 절대 잃어버리지 않는 골프공도 나왔다. 국내에서 개발된 `지능형 타이어(Intelligent Tire)`는 자동센서가 압력과 온도를 스스로 감지해 공기압 이상을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지금이라도 당장 영어 자동통역 스마트폰 앱 `지니톡(GenieTalk)`만 다운로드 받으면 언제 어디서나 한영 통역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인간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지능형 사물은 휴대폰·PDA로 부르면 언제 어디서나 우리를 도와주는 똑똑한 개인비서로 변신한다. 마치 알라딘이 낡은 램프를 문지르면 튀어나오는 램프의 요정 `지니`처럼.
주상돈 벤처경제총괄 부국장 sd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