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와 굴곡이 심해 난코스로 유명한 미국 샌프란시스코 롬바드 거리. 무인자동차 7대가 운전자 없이 16㎞ 거리를 쌩쌩 달린다. 자동차가 레이더와 카메라로 보행자, 주변 장애물, 교통신호 등을 스스로 판단해 도로를 주행한다. 지난 2010년, 인터넷 업체 구글이 실시한 무인 자동차 시험 운행 장면이다. 과거 TV 드라마 `전격 Z작전`에서 주인공이 “키트!” 하고 외치면 스스로 달려오는 자동차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무인 자동차는 아직 공상과학에서나 나올 법안 얘기로 들린다. 하지만 최근 10~20년간 경험으로 보면, 상상이 현실로 구현되는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다. 실제로 오는 10월엔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정부 주도의 경진대회가 국내에서 열린다.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에선 처음 열리는 행사다. 지난해 8월부터 참가팀 접수를 시작했으며, 이달 말 전남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에서의 1차 주행 테스트가 실시된다.
최신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구글은 물론이고 아우디, 도요타, 벤츠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도 무인 자동차를 개발에 나서고 있어 주차와 교통난 문제가 곧 해결될 것으로 예측됐다. 무인 자동차가 상용화되면 도시 공간과 교통 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꿀 공산이 크다. 자동차가 운전자를 내려주고 대기하는 것은 기본이다. 주차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목적지 부근을 몇 바퀴나 도는 고충이 사라진다. 스스로 주차 가능 지역을 판단하기 때문에 주차위반 딱지하고도 이별이다. 차에 내장된 센서와 도로좌표 교통시스템으로 교통 체증을 막아 연료와 운행시간도 줄여준다.
구글은 무인 자동차 특허는 물론이고 미국 네바다주에서는 실제 도로까지 주행할 수 있는 허가도 받았다. 구글만이 아니다. 아이폰이 제품 혁신의 아이콘으로 주목받던 시절, 미국 뉴스사이트 허핑턴포스트가 재미난 공모전을 실시했다. `만약 애플이 자동차를 만들면 어떤 모양이고, 어떤 이름을 붙일까`가 공모 주제였다. 그 결과, 응모자들 대부분이 하얀 색 자동차 모습에, 브랜드는 `아이(i)-카`를 추천했다. 실제로 애플은 무선 인터넷으로 교통 상황이나 경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다양한 특허 기술을 확보했다. 이런 추세라면, 구글과 애플이 자동차 업체보다 한발 앞서 `스마트 카`를 출시할지도 모를 일이다.
국내 무인 자동차 분야 특허출원도 급증하는 추세다. 2007년까지는 한 해 2~10건 정도로 미미했으나 2008년 23건, 2012년 32건의 특허가 출원됐다. 특허 범위도 차선 이탈 경고 장치(LDWS) 등 안전 운행을 보조하는 기술에서 완전한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확대됐다. 상상 속에서만 가능할 것 같았던 무인 자동차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현대인에게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우리는 하루 평균 1.5시간 이상을 자동차에서 생활한다. 가정과 사무실에 이어 가장 치열한 시장 경쟁이 벌어질 비즈니스 무대가 바로 자동차다. 특히 파워트레인(엔진과 주변 장치)이 필요 없는 전기차 시대가 오면 자동차는 기계가 아니라 이동서비스가 된다. 친환경 동력기관을 장착하고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생활공간. 이것이 미래 자동차의 모습이다.
주상돈 성장산업총괄 부국장 sd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