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기후변화의 뉴노멀 시대, 환경보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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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수 한국환경보전원장

올해 11월은 따뜻한 날씨로 단풍이 늦게 물들고, 이례적 폭설로 첫눈이 찾아오는 등 예측할 수 없는 이상기후가 이어졌다. 하얀 눈으로 덮인 붉은 단풍나무는 낯설고 아름다웠지만, 이는 심각한 기후위기가 눈앞에 닥쳤음을 경고하는 불편한 메시지이다.

이처럼 우리는 종잡을 수 없는 이상기후를 겪으며, 기후변화가 일상이 된 '뉴노멀(New Normal)'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뉴노멀은 기존과는 완전히 달라진 새로운 기준을 뜻한다. 기후변화의 뉴노멀시대에 우리는 단순히 새로운 기준에 적응하거나 대응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미래 세대가 또 다른 뉴노멀을 겪지 않도록, 이제는 환경보전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과거의 환경보전 패러다임은 국가가 기업과 단체 등을 대상으로 오염 요인을 규제하고 감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이상기후를 체감 중인 오늘날, 환경보전은 국민 모두의 책임이자 과제로 변화하고 있다.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개인과 공동체가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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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앞장서기 위해 지난해 12월, 한국환경보전원이 새롭게 출범했다. 전신인 환경보전협회가 45년 만에 정부 출연보조와 관리감독 근거 법률을 마련해, 국가 출연 공공기관으로 거듭난지 어느덧 1년이 됐다. 그간 한국환경보전원은 '녹색전환' 실현을 목표로 국민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환경보전 패러다임을 새롭게 제시하며, 생태복원, 탄소중립, 환경교육 분야에서 다양한 성과를 거두었다.

대표적 생태복원 성과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따라 수변 녹지를 활용한 탄소흡수원을 확대하기 위해 여의도 면적의 약 12배에 달하는 35㎢를 생태녹지공간으로 조성했다. 이를 통해 수질 개선과 탄소저감 효과는 물론, '한강수계 수풀로'와 같은 생태 탐방 및 교육 공간을 조성해 지역 주민에게 다양한 생태 서비스를 제공했다.

최근에는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 전략'에 따른 '30x30 정책'과 '네이처 포지티브'를 이행하고자 그린벨트 내 훼손지역, 오염된 산업지역, 현업축사 오염지역 등 생태 복원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신규 추진 중인 '장항 습지 복원사업'은 국내 최초로 산업지역의 생태 복원을 시도하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중금속으로 오염된 서천 옛 장항제련소 부지에 생태습지와 생태·역사 탐방로를 조성해, 서해안 지역의 생태 거점이자 치유와 회복의 공간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나아가 한국환경보전원은 대국민 탄소중립 실천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탄소중립 실천·정책 포털, 국민 참여형 캠페인, 서포터즈 등을 운영하며 다양한 홍보사업을 확대했다. 또한, 온실가스 감축과 국가 기후변화대응 정책수립을 위한 기후변화 특성화대학원, 화학물질 제품 유·위해성 관리 및 화학안전 제도 이행을 위한 화학물질안전관리 특성화대학원 등을 통해 학계와 연계한 전문인력도 양성에도 힘썼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노력은 녹색기업의 판로 개척과 교류를 통해 더욱 강화되고 있다. 한국환경보전원이 매년 6월 개최하는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ENVEX)'는 국내 최대 규모의 환경산업 및 탄소중립 기술 전문 전시회다. 올해 45회를 맞은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ENVEX)'에서는 '해외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와 '개발도상국 환경분야 진출 B2G 자문상담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돼 약 4000억원 규모의 수출 상담이 이루어졌으며, 이 중 1800억원 규모의 계약이 성사될 예정이다.

환경교육 분야에서는 국민, 기업, 학교 등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확대·운영하며, 녹색전환을 선도할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전국 초등학교에 늘봄학교가 확대됨에 따라, 범부처 협력으로 자연과 동식물에 대한 생태 감수성을 높이는 '늘봄학교 맞춤형 환경특화 교육과정'을 개발, 시범운영을 통해 최적화된 모델을 만들고 있다. 또한, 친환경 수소차량에 환경교육 콘텐츠를 탑재해 학교로 찾아가는 '푸름이 이동환경교실'과 체험 중심의 '수도권 유아 기후환경교육관' 등을 통해 유아 및 학생들에게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알리고, 미래 세대가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전국 4400개 기관을 대상으로 '환경교육 실태조사'를 실시해 환경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조사는 8월 통계청으로부터 국가통계 승인을 받아 신뢰성을 확보했으며, 국내 환경교육 현황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중장기적인 교육 정책과 프로그램 개발에 반영할 예정이다.

이처럼 한국환경보전원은 기후변화 뉴노멀 시대에 대응하며 환경보전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선도하고 있다. 단순히 오염된 토지를 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주민을 위한 생태 탐방 공간으로 탈바꿈하며, 기업을 환경 규제의 대상이 아닌 녹색기술 확산의 동반자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유아와 청소년기부터 환경의 중요성을 체득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출범 1년을 맞은 지금, 한국환경보전원은 미래 환경보전의 패러다임을 선도할 '녹색전환'의 핵심 기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앞으로 사업 범위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예산을 대폭 증대, 국민 모두가 깨끗한 환경 속에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기후변화 뉴노멀 시대를 겪는 마지막 세대가 되길 기대해 본다.

신진수 한국환경보전원장

〈필자〉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한양사이버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호서대 대학원 환경공학박사를 취득했다. 국립환경인재개발원장을 거쳐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을 지냈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는 물통합정책국장을 맡았으며, 2021년 4월부터 2022년 7월까지는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했다. 2022년부터 지난 해까지 환경부 물관리정책실장을 역임했다. 환경부 산하 '환경보전협회'가 '한국환경보전원'으로 변경된 후 지난해 12월 초대 원장으로 취임, 환경 전문가로서 녹색전환 사회 실현을 위한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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