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면의 브랜드 인사이트] ② 성공이 부른 그림자… K뷰티가 뜨자 짝퉁은 온라인으로 옮겨탔다

성공의 크기가 곧 표적의 크기다

지난 1회 칼럼에서 K브랜드 열풍의 빛과 그림자를 함께 짚었다. 세계가 K뷰티·K푸드에 열광하는 그 이면에서, 브랜드의 이름을 도용한 위조품이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관세청이 지난해 적발한 위조물품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품목이 화장품이었다는 점은, K뷰티가 세계 시장에서 거둔 성과의 크기를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위조는 언제나 성공한 브랜드에만 따라붙는다. 아무도 찾지 않는 제품을 위조하는 사람은 없다. K뷰티가 세계적인 화장품 수출 강국의 자리에 오르는 동안, 그 성공의 크기에 정확히 비례해 짝퉁 시장도 함께 자라났다.

그런데 이번 회에서 주목하려는 것은 위조품의 '규모'가 아니라 그것이 자라나고 팔리는 '장소'다. 짝퉁이 거래되는 무대가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골목에서 클릭으로, 짝퉁시장의 이동

과거 위조품을 사려면 특정한 장소에 가야 했다. 명동이나 동대문 뒷골목, 지하상가의 구석진 매장. 그곳에 가는 것 자체가 심리적 장벽이었다.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 어두운 계단을 오르고, 매장 주인과 눈을 마주치며 “그거 있어요?”라고 물어야 했다. 현금을 건네는 순간 “내가 지금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자각이 따라왔다.

온라인은 이 모든 장벽을 지웠다. 집에서, 아무도 모르게, 클릭 몇 번이면 끝이다. 똑같은 웹사이트 디자인, 똑같은 결제 프로세스, 똑같은 택배 박스. 일반적인 쇼핑과 겉으로는 구별되지 않는다. 유일한 차이는 가격이 조금 싸다는 것뿐이다.

이 변화의 토대는 온라인 쇼핑 자체의 폭발적 성장이다. 2024년 한국의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연간 240조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4년 45조 원에서 10년 만에 5배 이상 커진 규모이며, 전체 소매 거래의 38%가 온라인에서 이루어진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안긴 이 거대한 인프라는, 그대로 위조품 판매자에게도 열려 있었다. OECD와 EUIPO가 2025년 5월 공동 발표한 보고서(Mapping Global Trade in Fakes 2025)는 글로벌 위조상품 시장 규모를 약 4,670억 달러, 전 세계 무역의 2.3%로 추산하는데, 그 거래의 무게중심은 이미 오프라인 매대에서 소포장 국제우편과 온라인 주문으로 옮겨간 지 오래다.

위조품 판매자에게 온라인은 ‘다른 차원의 기회’

위조품 판매자에게 온라인은 단순한 새 판매 채널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차원의 기회였다. 이유는 네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익명성이다. 오프라인 매장은 고정된 장소에 있고 주인의 얼굴이 드러나며 단속이 들이닥치면 도망갈 곳이 없다. 온라인에서는 가짜 이름, 가짜 주소, 심지어 타인 명의의 사업자등록번호까지 동원할 수 Lax있다. 한 계정이 차단되면 새 계정을 만들면 그만이고, 서버가 해외에 있으면 추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둘째, 시장 접근성이다. 오프라인 매장은 하루 방문객이 백 명을 넘기 어렵지만, 온라인은 서울에서도 제주도에서도 해외에서도 고객이 접속한다. 밤낮도 휴일도 없이 24시간 365일, 판매자가 잠든 사이에도 주문이 들어온다.

셋째, 비용이다. 서울 시내 오프라인 매장은 월세와 인건비만으로도 상당한 고정비가 든다. 반면 온라인은 웹호스팅와 도메인 비용을 합쳐도 월 수십만 원 안팎이면 충분하다. 지점을 하나 더 내는 대신 판매 계정 하나를 더 만들면 되니, 확장 비용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넷째, 등록의 간소함이다.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판매자 유입을 위해 진입 장벽을 최대한 낮췄다. 사진 몇 장과 짧은 설명, 가격만 입력하면 몇 분 만에 판매가 시작된다. 위조품 판매자들은 자동화 프로그램으로 하루에 수백, 수천 개의 상품을 쏟아낸다.

여기에 더해, 온라인은 소비자의 죄책감마저 희석시킨다. 오프라인에서 짝퉁을 사는 것은 “나는 지금 가짜를 사고 있다”는 자각을 동반하는 의식적 선택이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일반 쇼핑몰과 똑같은 화면에서 똑같이 결제하고 며칠 뒤 택배로 받는다. 가격도 교묘하다. 정품이 4만 원이라면 만 원이 아니라 2만 5천~3만 원에 판다. “터무니없이 싸지는 않은” 애매한 가격대가 오히려 “이 정도면 정품일 수도”라는 착각을 부른다.

플랫폼마다 다른 짝퉁의 얼굴

위조품은 모든 온라인 채널에 있지만, 플랫폼마다 그 얼굴이 다르다.

가장 많은 위조품이 흐르는 곳은 대형 오픈마켓이다. 하루 수십만 건씩 새 상품이 등록되는 규모 앞에서, 모니터링 시스템과 AI 필터로도 교묘하게 변형된 위조품을 모두 걸러내기는 어렵다. 타오바오·알리익스프레스 같은 해외 직구 플랫폼은 또 다른 통로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중국어 판매 페이지를 일일이 확인하고 신고서를 작성해도 처리가 느려 대응이 까다롭다.

최근 급부상한 것은 소셜미디어 거래다. 인스타그램·페이스북에서는 “가격 문의는 DM”이라는 문구 뒤에 은밀한 거래가 이뤄진다. 결제는 매번 바뀌는 대포통장 계좌로만 받고, 상품을 받은 뒤 항의하면 계정은 이미 사라져 추적조차 어렵다. 라이브 커머스는 “선착순 100명”, “5분 후 가격 인상”을 외치며 충동구매를 유도하고, “병행수입”·“전시 상품” 같은 애매한 표현으로 진품과 위조품의 경계를 흐린다. 당근마켓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선물 받았는데 제 스타일이 아니라서요”라는 개인 간 거래의 신뢰를 파고든다.

브랜드 보호는 성공의 필수 비용이다

정리하면, K뷰티의 성공은 두 개의 시장을 동시에 키웠다. 하나는 정품 시장이고, 다른 하나는 그 성공에 편승한 위조품 시장이다. 그리고 후자는 오프라인의 물리적 한계를 벗어나 익명성과 무한한 접근성, 낮은 비용을 갖춘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훨씬 빠르고 넓게 확산되고 있다.

위조품은 이제 브랜드의 매출만 갉아먹는 데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의 피부에 직접 닿는 화장품일수록, 정교해진 가품은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K뷰티라는 이름에 쌓인 신뢰 자체를 위협한다. 더구나 그 거래가 얼굴을 감춘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탓에, 소비자는 자신이 가품을 샀다는 사실조차 뒤늦게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를 키우는 데 마케팅 비용을 쓰는 것이 당연하듯, 이제는 그 브랜드를 지키는 데 드는 비용도 성공의 필수 항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성공한 브랜드일수록 표적이 되고, 그 표적은 이미 온라인에 있다.

김종면 위고페어(위조상품 토탈플랫폼) 대표이사 · 변리사 jmk@wegofair.com

[ 필자 소개 ] IP 및 브랜드 보호 전문가로, 한국IBM 시스템엔지니어와 독일 IP분야 로펌인 Stolmar&Partner 한국변리사로 근무했다. 변리사로서 국내외 IP보호 경험을 바탕으로 AI기반 온라인 브랜드보호 플랫폼 '위고페어(Wegofair) 플랫폼'을 개발, 위조상품 유통 방지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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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면 위고페어(위조상품 토탈플랫폼) 대표이사·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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