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미국의 팝스타 카디비(Cardi B)가 틱톡에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을 먹는 영상을 올렸다. 단 며칠 만에 조회수 3,800만 회를 넘어섰고, 삼양식품의 주가는 날아올랐다. 같은 해 아마존 프라임데이에서는 한국 뷰티 브랜드 아누아(Anua)의 매출이 전날 대비 537% 폭등했다. K팝과 K드라마로 시작된 한류가 이제는 라면 한 봉지, 토너 한 병에까지 스며든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틱톡과 칸타(Kantar)가 2024년 공동 발간한 백서 「숏폼 시대의 한류: 짧고 강력한 콘텐츠로 승부하다」에 따르면, 2024년 한류 관련 전 세계 지출 규모는 760억 달러(약 110조 원)에 달하며, 2030년에는 1,430억 달러(약 208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잠재 소비자까지 포함하면 한류 시장의 총 잠재력은 1,980억 달러(약 288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미국 US뉴스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이 분석한 글로벌 문화 영향력 랭킹에서 한국은 2017년 24위에서 2022년 7위로 단 5년 만에 17계단 뛰어오른 바 있다. K팝·K드라마·K뷰티·K푸드로 구성된 한류 생태계는 이제 콘텐츠 소비를 넘어 브랜드 구매로 이어지는 강력한 후광 효과(halo effect)를 만들어내고 있다. 동남아 소비자 중 92%가 K드라마와 K팝 때문에 한국 제품과 브랜드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답할 정도다.
K브랜드 열풍의 선봉에 선 것은 단연 K뷰티다. 코리아포스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11월 누계 기준 104억 달러를 기록하며 2년 연속 100억 달러를 돌파하였다. 한국은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 화장품 수출국 지위를 공고히 했으며, 화장품 무역수지 흑자는 전체 한국 무역수지 흑자의 약 14%를 차지하는 핵심 수출 축으로 자리 잡았다.
K푸드 역시 거침없이 달리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누적 라면 수출액은 11억 3천만 달러(약 1조 5,1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4.5% 증가했다. 미국 시장에서 유로모니터 기준 판매액 순위를 보면 농심은 2위, 삼양식품은 4위에 오르며 한국 라면이 상위권을 점령했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소주 시장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각각 연평균 25%, 22% 성장했다(유로모니터).
K외식 기업들도 글로벌 영토를 넓히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5년 해외진출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외식기업들의 해외 매장 수는 2020년 3,722개에서 2025년 4,644개로 24.8% 증가했으며, 진출 국가도 48개국에서 56개국으로 확대되었다. 미국·영국·프랑스 등 서구 선진 시장으로의 진출이 이전과 달리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
K브랜드가 이처럼 빠르게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틱톡·인스타그램·유튜브 같은 숏폼 플랫폼의 역할이 크다. 콘텐츠 소비가 곧 상품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한류 팬이 드라마 속 배우가 쓰던 화장품을 찾아 주문하고, 뮤직비디오 속 패션을 검색해 구매하는 방식--가 일상화되면서, K브랜드는 전 세계 플랫폼 위에서 폭발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도 짙은 법이다. K브랜드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을수록, K브랜드를 모방하거나 도용한 위조품도 함께 급증하고 있다.
관세청이 2026년 1월 2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적발된 K브랜드 위조물품은 총 11만 7,000점에 달했다. 발송국별로는 중국이 97.7%를 차지했다. 품목별로는 화장품이 36%(4만 1,903점)로 가장 많았고, 완구·문구류가 33%로 그 뒤를 따랐다. 설화수·조선미녀·3CE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뿐 아니라 마녀공장·구다이글로벌 같은 가성비 브랜드까지 위조 대상이 되고 있다.
피해는 뷰티에 그치지 않는다. 서울경제가 2025년 7월 보도한 바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비비고(bibigo)를 비롯해 K패션 브랜드 마뗑킴, 삼성전자 SD카드, LG전자 제품, BTS 굿즈까지 위조 범위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OECD는 한국 기업 지식재산권 침해 위조 상품으로 인한 연간 매출 손실을 약 97억 달러(약 11조 원)로 추산하고 있다.
위조품과 함께 상표 브로커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2024년 해외에서 무단 선점 의심으로 출원된 K브랜드 상표 건수는 9,520건으로 전년(5,015건) 대비 89.8% 급증했다. 2025년에도 5월 말 기준 4,524건에 달했으니 연간 1만 건을 넘겼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한국 브랜드가 해외에 진출하기 전 상표를 먼저 선점한 뒤 로열티나 소송으로 압박하는 전형적인 방식으로 기업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2025년 2월 열린 국회 K-뷰티포럼에서 에이피알(APR) 신재하 부사장은 “화장품 가품은 단순한 IP 침해를 넘어 소비자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며 “가품은 패키지와 품질 면에서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중앙일보가 정보공개청구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2025년 1~9월 관세청 적발 국내 뷰티 브랜드 지식재산권 침해 피해액은 220억 원으로 전년 동기(9억 원) 대비 24배 이상 급증했다.
K브랜드 열풍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바로 인공지능(AI)과의 접점이다. AI는 이미 브랜드 기업들의 마케팅·제품 개발·고객 서비스 전반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K뷰티 브랜드 SKIN1004는 AI 기반 인플루언서 마케팅 자동화 솔루션을 도입해 글로벌 마케팅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고, 와인 인증 분야에서는 AI·블록체인을 결합한 위조 탐지 솔루션이 실제 시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AI는 기회인 동시에 새로운 위협이기도 하다. 생성형 AI는 위조 제품의 포장 디자인과 라벨을 정교하게 복제하는 데 악용될 수 있고, AI가 생성한 콘텐츠가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침해하는 분쟁도 새로운 법적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브랜드 명칭을 생성형 AI가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AI 학습 데이터에 브랜드 상표나 로고가 포함되는 문제에 관한 법적 논의도 이제 막 시작되었다.
「김종면의 브랜드 인사이트」는 K브랜드 시대를 살아가는 기업과 소비자에게 필요한 인사이트를 전하기 위해 시작된다. 격주 연재를 통해 다음의 주제들을 깊이 있게 다룰 것이다.
첫째, K브랜드 탐구. 시대를 앞서가는 K브랜드들의 성공 스토리를 분석하고, 브랜드가 탄생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들여다본다.
둘째, 브랜드 온라인 보호 사례. K브랜드를 포함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들의 인기와 명성에 편승하고자 하는 위조품·상표 도용·온라인 사기에 맞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국내외 실제 사례와 법적 대응 전략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셋째, 브랜드와 AI. 생성형 AI와 브랜드 보호, 플랫폼 책임 논쟁, AI가 만들어낸 새로운 법적 이슈들을 다루며, AI 시대에 브랜드를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를 논한다.
넷째, 브랜드 현황 리포트. K뷰티·K패션·K푸드 등 각 산업의 글로벌 현황과 브랜드 침해 실태를 데이터와 함께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K브랜드는 이제 우리 경제의 가장 중요한 무형 자산 중 하나다. 그러나 브랜드의 가치를 알고 지켜내는 자만이 그 과실을 온전히 거둘 수 있다. K브랜드를 포함해 어느 브랜드이건 그 브랜드를 지키는 지식과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 칼럼이 독자 여러분께 그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
김종면 위고페어(위조상품 토탈플랫폼) 대표이사 · 변리사 jmk@wegofair.com
[ 필자 소개 ] IP 및 브랜드 보호 전문가로, 한국IBM 시스템엔지니어와 독일 IP분야 로펌인 Stolmar&Partner 한국변리사로 근무했다. 변리사로서 국내외 IP보호 경험을 바탕으로 AI기반 온라인 브랜드보호 플랫폼 '위고페어(Wegofair) 플랫폼'을 개발, 위조상품 유통 방지에 힘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