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여러 지방 소도시를 여행하면 대한민국이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관광대국'으로 자리 잡았음을 피부로 느낀다. 남해의 시골 포구 맛집에서 멸치 쌈밥을 즐기는 외국인이나 제주 트레일러닝 대회 중 올레길을 걷는 외국인 무리를 마주치는 것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K-팝', 'K-드라마', 'K-푸드'에 이어 이제 'K-트래블'이 한국 문화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는 시대다.
이같은 현상은 실제 데이터로도 명확히 증명된다. 2026년 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활기차다.

관광객은 서울의 유명 관광지만 짧게 머물지 않는다. 쇼핑과 대형 공연 관람을 마친 뒤 지역으로 이동해 며칠을 더 머무는 '체류형 관광'으로 패턴이 진화하고 있다.
◇이동의 불편함 관광대국 이면에 가려진 과제
하지만, 전국을 유랑하는 외국인을 바라보는 모빌리티 업계 종사자의 마음은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제주의 비포장도로를 걷는 관광객·유모차를 안고 힘겹게 지하철 계단을 오르는 가족·출퇴근 시간 만원 지하철에서 이른바 'K-지옥철'로 당황하는 이들의 표정을 볼때면 뼈아픈 질문을 던지게 된다. 과연 우리의 이동 인프라는 그들을 제대로 환대하고 있는가.
40여 개국을 누빈 여행자의 시선에서 볼 때, 외국인 관광객이 원하는 '이동의 자유'는 결코 거창한 기술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으로 안전하고 불편함 없이 이동하는 기본적이고 단순한 경험이다. 이동이 편안해야 한국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여유가 생기고 한국인의 일상에 따뜻한 눈길을 한 번 더 줄 수 있다. 반대로 이동 과정이 험난하고 불안하다면 낯선 환경이 주는 두려움이 엄습해 그 관광지, 나아가 국가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굳어진다.
“관광객이 길에서 버리는 시간은 단순히 버려지는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그들이 한국의 문화를 더 깊이 체험하고 소비할 수 있는 '기회의 상실'을 의미한다.”
지난해 봄 제주 강정항 크루즈 터미널에서의 경험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12시간 남짓 짧게 체류하는 크루즈 관광객이 마땅한 이동 수단을 찾지 못해 터미널에서만 2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서귀포 시장과 맛집 리스트가 빼곡했지만, 이동 지연으로 인해 결국 방문을 포기해야만 했다. 신속하고 유연한 이동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관광 산업의 거대한 낙수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단순한 연결을 넘어 관광 콘텐츠가 되는 모빌리티
다행스러운 것은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이 '이동' 그 자체를 관광 콘텐츠로 승화시키는 방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다. 관광 산업에서 교통은 더 이상 부가 서비스가 아니다.
우버(Uber)의 최근 데이터는 이러한 흐름을 정확히 짚어낸다. 대형 공연과 관광 수요가 겹쳤던 올해 3월 중순 우버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외국인 승객의 택시 호출 수는 매주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호출이 서울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부산·경기·인천 등 서울 이외 지역에서 외국인 호출 증가 폭이 두드러지며 관광의 동선이 전국으로 넓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나아가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은 지역 특색을 앱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우버의 '고 애니웨어(Go Anywhere)'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는 야생동물 보호구역과 연계한 '우버 사파리(Uber Safari)'를 통해 차량 픽업부터 사파리 투어·식사·복귀까지 이어지는 당일 여행 경험을 앱에 담았다.
터키 카파도키아에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괴레메 국립공원 일출 열기구 투어를 '우버 벌룬(Uber Balloon)'으로 연결했다. 올해 6월부터 한달간 일본에서는 일반 여행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드리프트 문화를 숙소 픽업·서킷 이동·전문 드라이버 동승 체험·복귀까지 포함한 '우버 드리프트(Uber Drift)'로 구현했다. 우버는 사파리와 열기구, 드리프트 등 접근하기 어려운 체험을 앱 안으로 가져와 누구나 우버를 호출하듯 간편히 이용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으로 제공한다.
이같은 시도는 여행자가 단순히 목적지에 도달하는 걸 넘어, 이동하는 순간부터 나라의 문화와 분위기를 생생하게 경험하게 만든다. 한국 역시 서울과 지방 도시를 잇는 거시적 교통망은 물론 지역 축제와 관광지를 연결하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인프라 확충을 통해 관광 경쟁력을 한 차원 높여야 한다.
◇모빌리티 인프라를 완성하는 숨은 영웅
완벽한 모빌리티 환경은 첨단 플랫폼과 촘촘한 도로망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최전선에는 외국인 관광객과 가장 먼저 마주하는 '민간 외교관', 바로 택시 기사가 있다.
외곽의 낯선 목적지라도 기꺼이 운전대를 잡고 언어의 장벽 속에서도 밝은 미소로 무거운 짐을 들어주는 기사님의 환대는 한국의 첫인상과 직결되는 요소다. 우버 데이터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의 우버 기사님에게 부여하는 평점은 글로벌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과거 택시를 직접 운행하며 외국인 손님을 모셨을때 경험을 돌이켜보면 핸들을 잡는 순간 자연스레 민간 관광 홍보대사의 자부심이 생긴다. 앱의 알고리즘이 목적지까지 최적 경로를 안내한다면 한국에 대한 긍정적 추억과 감동을 완성하는 건 결국 숨은 영웅의 따뜻한 인간적 연결이다.
◇연결성이 곧 관광 경쟁력
다가올 미래에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기술이 일상화되면 모빌리티 산업은 또 한 번의 거대한 전환기를 맞이할 것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이 이동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어도, 여행의 '품질'을 온전히 완성하지 못한다.
진정한 관광대국은 단지 볼거리와 먹거리가 많은 나라가 아니다.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이동하고, 그 이동의 과정조차 잊지 못할 여행 자산이 되는 나라다. 누군가는 빠르고 정확한 이동을, 누군가는 가족과 편안한 이동을, 또 다른 누군가는 지역 문화를 호흡하길 원한다.
대한민국의 모빌리티 생태계는 이용자 다양한 목적과 상황에 부합하는 폭넓고 유연한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 K-컬처 매력에 한국을 찾은 이방인이 완벽하게 연결된 이동의 자유 속에서 한국의 누비며 본인만의 아름다운 콘텐츠를 만들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필자〉송진우 우버 코리아 총괄(GM)은 글로벌 모빌리티와 IT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로, 2023년 10월 우버 코리아에 합류했다. 우버에 합류하기 이전 배달의 민족 베트남 사업 총괄을 역임하며 해외 시장에서 전략적 성장과 운영을 이끌었다. 맥킨지 경영 컨설턴트·대우건설 상무를 거쳐 KDB 인베스트먼트 이사로 재직한 바 있다. 연세대에서 경영학 학위를 취득했다.
우버코리아 총괄 송진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