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인공지능(AI)은 콘텐츠 산업 생태계에 변화와 혁신을 요구한다. AI는 콘텐츠 기획과 창작, 투자, 유통 등에서 단순 보조역할을 넘어서고 있다. 콘텐츠산업 환경을 재구조화한다. 종래에는 콘텐츠의 기획·투자·제작·마케팅·유통이 각 분야 전문성에 의한 단계적 진행이었다면, 이제는 동시에 전 과정을 함께 검토하고 진행해야 한다. 프로젝트 단계별 영역과 경계 구분이 모호해지고 융·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AI는 콘텐츠 창작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장르 간 경계도 허물고 있다. K콘텐츠 산업 종사자, 새롭게 진입하고자 하는 콘텐츠 인재에게 새로운 도전을 요구한다.
콘텐츠 산업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의 사업에 속한다. 콘텐츠를 많이 만든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K콘텐츠를 단순히 많이 제작·유통한다고 한국 콘텐츠 산업과 한류의 성장·확대를 기대할 수 없다. 콘텐츠 이용과 소비에 경험이 관여한다. 기능 중심으로 소비되는 일반 소비재와는 다른 특성이 있다. 사람들은 콘텐츠를 이용하면서 새로운 경험과 자극을 기대한다. 비슷비슷한 콘텐츠에는 만족감과 기대감이 떨어진다. 국내외 소비자도 이런 콘텐츠에 실망하고 떠날 것이다.
AI와 같은 최첨단 기술은 콘텐츠를 쉽게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무분별하게 AI를 활용한 콘텐츠를 양산하면, 자칫 K콘텐츠 산업은 'AI 콘텐츠 쓰레기더미(AI Slop)'로 변질될 수 있다. 콘텐츠 산업의 흥행과 성공의 바탕은 '다양하면서도, 새롭고, 완성도가 높은 콘텐츠가 많아야 한다'이다. 콘텐츠 장르 내뿐만 아니라 융·복합 등 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접근과 새로운 시도를 하고, 완성도를 제고할 수 있는 콘텐츠 인재가 많이 요구된다.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는 콘텐츠 창의인재 양성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창의인재동반사업, 게임인재원, AI 콘텐츠아카데미 등 많은 교육과정이 있다. 장르나 분야의 특성을 고려하면서도 현장과의 접점을 높이고자 한다. 실무 기반 프로젝트에 중점을 두고, 현업과의 연계 활동을 강화한다. 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XR), 미디어파사드 등 첨단기술을 콘텐츠에 접목하고,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교육과정에 반영한다. 기술도 알고 콘텐츠도 아는 융·복합형 인재 양성을 지향한다. 이런 노력들이 K콘텐츠산업을 뒷받침한다.
최첨단 기술을 접목하는 융·복합 콘텐츠 인재양성은 새로운 시도이자 실험이다. 가르치거나 배우는 사람 모두 낯선 분야다. 체화하고 작품으로 구현하기까지는 장기간 소요되고, 성공 가능성도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미래 콘텐츠산업과 인재상을 봐야 한다. 단기 성과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콘텐츠 인력양성 프로그램 지원과 평가가 이루어지는 예산과 사업설계가 요청된다.
인력양성 프로그램 운영만으로 콘텐츠 인재가 양성된다고 보는 것은 단견이다. 교육과정 내에 콘텐츠 사업화 지원 등 후속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으나 한계가 있다. 교육을 받았다 하더라도 기성 전문가와 경쟁에는 아직 부족하다. 배운 바를 작품화하고 무대에 올려, 이용자 평가 및 환류, 업계 전문가와 네트워크·소통할 기회의 장을 검토할 수 있다. 영감을 얻고 실력 향상의 기회가 될 것이다. 교육 이수생 대상으로 파일럿 프로그램 또는 실험작품 창·제작, 전시 및 네트워크 장 지원방안도 검토 가능하다.
지역콘텐츠 인력양성도 중요한 과제다. 수도권과 비슷한 실력과 수준, 교육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콘텐츠 교육 장비와 인프라의 양적 확대, 질적 고도화가 필요하다. 지역 인재들은 가르치는 사람들의 실력과 수준에도 민감하다. 지역콘텐츠 인력양성 정책에 따라 지역 인재의 수도권 집중화를 피하면서도, 지역 콘텐츠산업을 키우는 토대가 될 것이다.
조현래 용인대 문화콘텐츠학과 특임교수·前 한국콘텐츠진흥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