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약가 인하 '청구서' 종착지

보건복지부가 오는 8월 제네릭 약가 개편 시행을 예고했다. 건강보험 재정 절감이라는 목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설계에 문제가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시행 시점'이라는 기본 설계가 어긋났다.

개편안 핵심은 연구개발 성과가 우수한 제약사에 약가 가산을 부여해 인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 기준이 되는 혁신형 제약기업 재인증 결과는 11월에 나온다. 약가는 먼저 깎이고, 기준은 나중에 확정된다. 정책 순서가 어긋난 셈이다.

이 불일치는 단순한 행정 혼선으로 끝나지 않는다. 제약사·도매상·약국으로 이어지는 전 유통망이 '두 번' 움직인다. 8월 약가 인하에 맞춰 한번, 11월 재인증 결과에 따라 다시 한번. 가격이 바뀔 때마다 반품·재정산·재고 조정이 반복된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으로 아낀 비용 일부가 행정·물류 형태로 재소모되는 구조다.

비용이 이동하는 경로에는 소비자 지갑도 있다. 제네릭 약가 인하가 있을 때마다 제약사는 수익성 보전을 위해 일반의약품 가격을 조정했다. 소화제·연고·파스 등 일상 동반 품목에서 소비자 부담이 늘어나는 '풍선 효과'가 발생한다. 건보 재정은 지킬 테지만, 소비자 지갑은 얇아진다.

개편 취지는 옳다. 문제는 속도가 아닌 정합성이다. 정책은 앞섰지만, 제도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격을 먼저 바꾸는 방식은, 효율이 아닌 비효율을 낳는다.

약가를 낮추는 것은 정책 목표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까지 함께 낮추지 못한다면, 절감 효과는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 될 수밖에 없다. 촉박한 상황에서 선택지는 적다. 시행 시점 합리화 혹은 전례가 없으나 혁신형 인증 결과를 소급 적용하는 일시적 정산안을 명문화하는 방안이 있다. 어느 쪽이든, 제도가 미비한 상황에 가격부터 바꾸는 현 방식은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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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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