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비만 치료의 문턱을 낮춰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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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우 분당서울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비만이 왜 나쁜가? 비만이 각종 심혈관질환과 암 발생에 깊이 연관돼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심혈관질환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의사로서 내가 바라보는 비만은 '각종 심혈관질환을 더 이른 나이에, 더 자주 발생하게 하는 질병'이며, 궁극적으로는 '사람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질병'이다.

우리나라의 연령대별 비만 유병률 그래프를 보면 50~60대 이후 유병률이 크게 낮아지는 양상이 나타난다. 이는 그 연령대에서 체중 감량에 쉽게 성공해서라기보다, 비만으로 인한 건강 문제로 수명이 단축되면서 많은 사람이 그 연령대 전후에서 통계상 이탈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비만인 사람의 수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50년 동안 선진국을 중심으로 비만 유병률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독자 자신이 비만이 아니더라도 가족, 친척, 친구 가운데 한두 명쯤은 비만인 사람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체중 감량을 돕는다는 다양한 방법이 매체와 서적을 통해 소개되었지만, 실제 통계를 보면 비만 환자가 충분한 체중을 감량하고 이를 장기간 유지하는 데 성공하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체중 감량을 시도해 본 비만 환자라면 누구나 안다.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20㎏ 이상 감량하고 장기간 유지하는 일은 보통의 인내심으로 이루기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하루의 상당 부분을 체중 감량과 유지에 바쳐야 하고, 직업과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병행하기도 쉽지 않다. 더 안타까운 점은, 오랫동안 감량 체중을 유지했더라도 조금만 방심하면 체중이 빠르게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비만 탈출이 이토록 어려운 이유는 체중 역시 체온처럼 인체 항상성의 범주에서 조절되기 때문이다. 뇌의 시상하부는 각 개인의 체중 세트포인트를 기억하고, 현재 체중이 그 기준에서 멀어질수록 체중을 되돌리기 위해 온몸의 반응을 조절한다. 이 과정은 단순히 식욕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소화를 더 활발하게 하고, 남는 에너지를 지방으로 더 적극적으로 저장하는 방식으로도 작동한다. 따라서 체중 감량에 대한 신체의 저항은 매우 강력하다. 운동과 식이요법만으로 비만을 탈출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로 성공하는 사람이 극소수라면 그것을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 치료법으로 보기는 어렵다.

최근에는 고도비만을 개인의 생활습관 문제로만 보지 않고, 적극적인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GLP-1 작용제라는, 비만 치료에서 다수의 환자에게 의미 있는 체중감량 효과를 보이는 치료제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전의 비만치료제들은 많은 환자에서 성공적인 체중 감량을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GLP-1 치료제의 등장은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성인 비만율은 오랫동안 증가해 왔으나 2023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했으며, 전문가들은 GLP-1 치료제의 확산이 중요한 요인일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비만 환자가 이 치료를 받는 데 가장 큰 장벽은 높은 비용이다. 약의 종류와 용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GLP-1 비만치료제의 월 투약비는 흔히 40만원을 넘고 연간으로는 약 500만원에 이른다. 비만은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므로, 환자에게 이 비용은 더욱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 결과 진료실에서는 아이러니한 장면이 벌어진다. 정상 체중이거나 약간 과체중인 사람은 치료제를 원하지만, 정작 의사가 치료를 권하는 비만 환자는 비용 부담 때문에 투약을 망설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비만 환자가 비만에서 벗어날 때 얻는 사회적 이득은 크다. 개인은 건강을 회복해 일상과 사회생활에 더 온전히 참여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비만 관련 질환으로 발생할 의료비와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이미 비만대사수술은 일정한 진단 기준을 충족하는 환자에게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고 있다. 비만대사수술과 GLP-1 비만치료제는 현재 의미 있는 효과가 확인된 핵심 치료 수단이다. 비만대사수술과 유사한 기준으로 GLP-1 비만치료 비용의 일부를 지원한다면 많은 비만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장형우 분당서울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snubhp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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