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실시될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을 두고 카드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영세·중소 카드 가맹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간 3000억원 규모 수수료 인하 정책을 추진할 계획인데, 이에 대한 보상책으로 나온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 조정(3년에서 6년)에 대해 카드업계는 충분치 않다는 반응이다.
19일 카드업계 추산에 따르면 이번 조치 시행으로 감소할 카드사 당기순이익은 전체의 11% 수준이다. 앞서 5차례의 적격비용 재산정시마다 우대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됨에 따라 신용판매부문 손실이 누적됐고, 이번 조치로 해당 부문 적자폭이 확대될 것을 카드사들이 우려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전체 카드사 당기순이익은 2021년 2.7조원, 2022년 2.61조원, 2023년 2.58조원으로 약 2.6조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같은 기간 카드결제액은 2021년 961조원에서 2022년 1077조원 2023년 1140조원으로 늘어났는데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낮아진 것이다. 결제액이 늘어나도 신용판매부분 적자로 인해 이익률이 감소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판 부문에서 적자가 심화되니 대출을 늘리거나 비용절감을 더 해야 하는데, 둘 다 무제한으로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특히 대출의 경우 건전성에 대한 부분도 고려해야 해 현 시점이 사실상 '마지노선'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소위 '혜자카드'로 불리는 인기 상품을 단종시키고 할부결제에 대한 무이자혜택 등을 줄이는 방식으로 영업이익 하락을 방어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비용 절감과 카드론·리볼빙 등 대출 부문 이익 증가 등으로 당기순이익은 늘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부실채권 매각 등으로 인한 일회성 이익도 상당 부분 포함돼 있어 지속적이지 않다.
카드사들은 이번 수수료 인하가 철회되지 않는다면 다른 활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간 월세·중고 거래 등 카드 결제 범위를 확대하고 지급계좌 결제허용, 금산분리 완화 및 겸영·부수업무 확대, 무서명거래 한도 확대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카드사 임직원들은 비용절감 압박이 회사 인력축소 등으로 이어질 상황을 우려해 직접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날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등은 서울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위원회는 내수부진 장기화를 해결할 실질적 대책마련은 포기한 채 카드수수료 표퓰리즘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연매출 1000억원 수준 대형마트·배화점 등 대규모 유통업체의 수수료 동결이 영세·중소가맹점 보호란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