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돈의 인사이트]상상만으로 돈이 될까

Photo Image

`100년 후 미래 세상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100년 전, 독일 과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과학자들은 며칠을 함께 지내며 미래 100년 후 세상을 상상해본다. 그 결과, 이들은 2000년대에는 사과만 한 고추가 등장하고 전국에 극장이 생기며, 정신병자가 엄청나게 늘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60년 전, 허먼 칸(Herman Kahn)도 `미래의 체험`이라는 저서에서 100가지를 예측했다. 이 중 현금자동지급기, 비디오레코드(VCR), 위성항법장치(GPS), 초고속 열차 등은 적중한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효율적인 식욕 및 체중조절 기술로 누구나 원하는 체중을 가질 수 있다`거나, `인간도 휴식과 치료 목적으로 겨울잠을 잔다`, `모든 사람이 개인 비행기를 소유하게 될 것` 등은 실패한 예측이 됐다.

상상력을 통해 미래 세상을 예측하는 작업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MIT 미디어랩 창립자인 네그로폰테 교수는 “5년 안에 연구결과를 상용화할 수 있는 연구소는 수없이 많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부터 15년 뒤에나 쓰일 애플리케이션을 상상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유명 공상과학 영화에는 e페이퍼, 웨어러블(wearable) 컴퓨터 등 미디어랩이 상상한 기술들이 자주 등장한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스필버그감독은 미디어랩의 인터페이스 연구 분야 전문인 존 언더코플러 박사와 함께 사람의 눈으로 패턴을 인식하는 시스템을 영화에 소개하기도 했다.

요즘 사람들은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엄청난 재산이 되는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도 `부의 미래`에서 정보혁명을 잇는 지식혁명의 대 소용돌이를 예언했다. 정보혁명으로 경제적 기반이 달라지면서 일상생활 속 작은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새로운 부 창출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과연, 상상력과 아이디어만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지금은 `특허`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기에 충분히 가능해졌다. 만약, 100년 전 독일 과학자들과 하머 칸이 스스로 상상한 미래 생활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모든 기술요소를 추출해 특허를 출원했다고 상상해보자. 최소한 그들만큼은 개인 비행기를 소유하게 됐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로드맵도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재산이고 일자리`라는 철학에서 출발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우리생활 주변 곳곳에 아이디어를 신장시키는 물리적 공간(Idea Creator & Incubator)으로 `무한상상실`을 만드는 이유다. 무한상상실에서 국민들은 창의적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3D프린터로 제품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창업·사업화 등에 관한 멘토링과 특허출원도 지원한다. 창의적 아이디어에 가치를 부여하면 돈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겠다는 의도다.

이젠 상상도 못할 아이디어 하나가 시장을 한순간에 뒤바꿀 가능성은 충분하다. 과거엔 괴짜들의 머릿속 상상으로 그쳤을 아이디어가 지금은 특허, 크라우드 펀딩 등을 통해 비즈니스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미래를 내다보는 상상력으로 비행기를 설계한 후, 500년이 지나서야 실제로 비행기가 만들어졌다. 그만큼 미래 비즈니스는 현실을 뛰어넘는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상상과 예측은 빗나갈 수도 있지만, 상상력이 빈곤한 조직은 미래가 없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