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돈의 인사이트]문제는 인사이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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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뜻을 세우고 큰 그림을 그려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늘 강조하는 경영철학이다. 1981년, 손 회장은 단 두 명의 아르바이트생을 데리고 소프트뱅크를 창업했다. 30여년 후 그는 일본 시가총액 4위 기업을 이끄는 수장으로 세계 최고 갑부 반열에 올랐다. 최근엔 미국 3위 통신사업자 스프린트까지 인수해 글로벌 통신 시장 판도를 흔들어놓았다. 조선인이라는 차별과 멸시를 받으며 빈민굴에서 자란 그가 어떻게 기적의 신화를 이루어 냈을까. 일본의 대표적인 논픽션 작가 사노 신이치는 손 회장의 성공 비결을 주변 사람들이 비난해도 주저하거나 물러서지 않는 `강인함`으로 요약했다.

2006년 손 회장이 보다폰재팬을 인수할 때 주변 호사가들은 엄청난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5년 안에 막대한 부채로 결국 도산할 것이라고 떠들어댔다. 하지만 손 회장은 “휴대폰은 음성 단말기에서 인터넷 기기로 바뀐다. 3·4세대 이동통신으로 진화하면서 엄청난 비즈니스 기회가 온다”고 장담했다. 모바일 중심의 인터넷 시대가 온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회사 사활을 걸고 시가총액과 맞먹는 돈을 보다폰 인수에 던졌다. 예상은 적중했다. 일본 통신업계 3위의 보잘것없던 보다폰(소프트뱅크 모바일)은 일본 내 신규 가입자 50%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대박을 터뜨렸다. 아이폰 판매로 영업이익도 일본 1위인 NTT도코모를 눌렀다.

주변 걱정에 손 회장의 강인함은 오히려 더 빛을 발한다. 이번 미국 스프린트 인수건도 마찬가지다. 스프린트 인수 소식이 처음 공개된 지난해 10월, 일본 소프트뱅크 주가는 20% 이상 폭락했다. 순부채만 100억 달러가 넘는 회사를 사들여 미국 통신시장에 도전하는 무모함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손 회장은 “지금 어려움을 감수하지 않으면 더 큰 위험을 겪게 된다. 지금까지 도박을 했기에 성과도 있었다.”고 답했다.

시장 경쟁은 늘 치열하다. 기업이 처한 운명은 더욱 가혹하다. 미래에 대한 고민 없이 현실에 안주한 기업은 대부분 망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100대 기업의 변천과정을 조사했다. 지난 30년 동안 100대 기업에서 탈락한 회사는 과연 몇 개나 될까. 무려 73개 회사가 100대 기업 순위에서 밀려났다. 미국 100대 기업의 자리다툼은 더 심하다. 글로벌 상위 10대 기업 중 절반가량이 10년도 버티지 못하고 후발주자에 자리를 내준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발표한 미국 100대 기업(매출액 기준)을 분석한 결과, 30년간 81개 기업이 바뀌었다.

21세기는 수많은 정보와 다양한 가치관이 혼재하는 시대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혁신을 말하고 위기를 고민하는 지금이야 말로, 변화를 읽어내는 통찰력으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존경받는 기업가가 필요하다. 정보혁명에 대한 통찰력은 손정의 회장이 다음 세대 경영자에게 요구하는 첫 번째 조건이다. 경영 지식과 능력, 그리고 강력한 리더십은 그 다음 문제다. 주변 우려 속에 손 회장이 주저하지 않은 것도 IT혁명을 통한 인류문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읽었기에 가능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 스스로 길러온 기업가로서의 야성적 본능(animal spirits)이 빚어낸 결과다. 어떤 기업이 망하고 살아남는가. 결국엔 리더의 통찰력(Insight)에 달렸다.


주상돈 성장산업총괄 부국장 sdjo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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