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정부 시절을 보내며 언제 더 행복했을까.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이 지난주 발표한 국민행복지수 결과를 보면, 이명박정부 시절이 조금 더 행복했다. 이명박정부(2008 .2~2013. 1분기)의 행복지수 평균은 107.68로 노무현정부(2003 .2분기~2008. 1분기) 평균인 104.94에 비해 약간 높았다. 미래연구원은 지난 10년간 국민행복 수준을 상대 비교하기 위해 3개 대항목, 20개 중항목, 34개 소항목으로 구성된 국민행복지수를 개발했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언제일까. 미래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바로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금융위기를 거친 2009년 4분기 이후 국민행복지수가 줄곧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행복지수는 카드사태(2003년)나 서브프라임 금융위기(2008년)를 제외하면 대체로 상승세였다. 실제로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가 겹치는 1분기 국민행복지수는 113.03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관적인 행복을 정확한 잣대로 잴 수는 없다. 행복은 개인적 기준과 마음가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복을 측정하는 공식을 만들려는 시도는 여러 번 있었다. 미국 경제학자 새뮤얼슨은 `행복=소유÷욕망`으로 정의했다. 소유가 일정하다면 욕망을 줄여야 행복해진다는 의미다. 영국 심리학자 로스웰도 `행복=P+(5×E)+(3×H)`란 행복공식을 제시했다. 개인적 특성(Personal)보다 건강·돈 등 생존조건인 E(existence)가 5배, 자존심·야망 등 상위욕구인 H(higher order)가 3배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행복지수(Better Life Index)`를 보면, 한국인은 불행하다. 전체 34개 회원국 중 호주가 1위, 한국은 하위권(27위)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한 단계 내려갔다. 우리나라는 안전(9.1)과 시민참여(7.5), 교육(7.9) 같은 영역에서는 점수가 높지만, 일과 생활의 균형(5.0), 건강(4.9), 삶의 만족도(4.2) 등에서는 꼴지 수준이다. 한국인은 연평균 노동시간이 2090시간으로 OECD 회원국(평균 1776시간) 가운데 가장 긴 편에 속했다.
한국 경제는 이미 저성장 시대에 들어선 상황에서 세계적 불황까지 겹쳤다. 서민들의 주머니는 비었는데 쪽박마저 깨지게 생긴 것이다. 지난 20년간 한국 중산층 가구의 재무상황은 극도로 악화됐다. 매달 수입을 초과하는 지출로 적자를 내는 중산층 가구 비율이 15%에서 25%로 급증했다. 불평등은 심화되고 대기업과 금융권이 짜고서 부자들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는 불신이 폭발 직전까지 왔다.
국가미래연구원은 박근혜정부의 국민행복지수를 평가해 10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국민행복지수를 같은 방법으로 산정한다면, 갑작스러운 대형 악재(惡材)가 등장하지 않는 한 계속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프랑스 경제학자 대니얼 코엔은 지금이야말로 개인 행복과 사회 발전의 상관관계를 다시 점검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발표하는 행복지수는 계속 올라가지만, 정작 국민 생활은 갈수록 불행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주상돈 성장산업총괄 부국장 sd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