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의 핵심인 스마트미터(지능형전력량계) 국가표준에 통신과 보안이 사실상 빠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항목은 존재하지만 세부 내용이 없다. 스마트그리드 관련 다양한 정부사업은 물론이고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빠른 선점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 올해 말까지 완성할 목적으로 이달 초 발표한 지능형전력량계 국가 표준안(기능요구사항)을 확인한 결과 통신·보안항목이 형식적으로 첨부된 것으로 드러났다.
표준안은 스마트그리드 환경에서 설치·운영되는 전력량계를 대상으로 한다. 가정용 통신망(HAM)·근거리통신망(NAN)·원거리통신망(WAN)과 연동하는 양방향 통신 체계가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표준안에는 통신과 보안 기능과 역할, 용어 정도만 정의돼 있다. 여러 통신망과 연동한다고 정의했지만 각각의 통신망 구간에 적용할 통신방식과 프로토콜에 대한 세부 내용은 빠진 것이다. 또 통신 종류에 따른 데이터 이동이나 저장 등 규정이 없어 보안 항목도 일반적인 내용만 나열했다.
스마트미터 제조업계는 국가표준을 기반으로 한 제품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이나 1800만호 원격검침인프라(AMI) 보급 사업에 통신과 보안표준이 빠져 있어 제품 생산에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차라리 올해 말까지 (표준이) 나온다고 하지 않았더라면 기대조차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했다.
이에 대해 기표원 관계자는 “전력선통신(PLC)·지그비 등 다양한 통신방식을 채택하기 위해 업계 의견 조율과정에서 표준화가 늦어지게 됐고 그 어떤 국제표준이 없는 만큼 우리 단독으로 밀고 나가기에는 점검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며 “선언적 수준일 수밖에 없지만 내년 6~7월에 발표예정인 2부(시험방법 고시)에서 미흡한 부분을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력량계에는 여러 통신방식이 이용되는 만큼 국내외 시장을 고려해 업계 의견조율이 지연돼 선언적 수준의 표준안을 내놓게 됐으며 통신방식이 결정되지 않아 보안도 구체화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현재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사업에는 스마트플레이스(지능형소비자) 분야 4개 컨소시엄(한국전력·KT·LG전자·SK텔레콤) 모두 서로 다른 통신방식을 운영 중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