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가 해외 소재·부품 기업 인수합병(M&A)을 더욱 활성화하겠다며 팔 걷고 나섰다. M&A로 짧은 기간 안에 기술을 획득해 해외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하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어제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제3회 소재부품 글로벌 M&A 콘퍼런스’를 열어 내년에만 1000억원 상당 M&A 기금(펀드)을 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올 9월 정책금융공사가 700억원, KT캐피탈과 오릭스그룹이 각각 150억원씩 내어 만든 1000억원짜리 ‘제1호 한일부품소재상생펀드’에 이어 국내 소재·부품 산업계에 내릴 단비기를 기원한다. 행사에 모인 국내외 관련기업과 M&A 관계자 200여명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제안이었으리라 믿는다.
올 1~3분기에 일본기업은 한국기업을 14개, 중국기업을 34개나 사들였다. 이 가운데 소재·부품업체는 각각 6곳, 12곳이었다. 같은 기간 중국기업도 소재·부품업체 7곳을 포함한 일본기업 20개를 샀다. 한국기업은 일본기업 8개를 사기는 했으되 소재·부품업체는 하나도 없었다. 우리는 단 한 곳도 사들이지 않았는데 될성부른 한국 소재·부품기업이 6곳이나 팔렸다.
소재·부품은 바탕 아닌가. 어찌 이토록 극명하게 대조될 수 있을까. 한국기업은 미래보다 눈앞 수익에만 집착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오죽하면 정부(지경부)가 나섰으랴 싶다.
우리는 전자산업으로 일어섰으되 매우 오랫동안 완제품의 60% 이상을 일본산 부품에 의존했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이동통신산업으로 일취월장했으되 휴대폰 한 대를 팔 때마다 판매가의 5% 이상을 떼어 줬다. 재주넘었으되 뒤에서 알토란 챙긴 이는 따로 있었다. 이런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하지 못할 게 없다. 사들일 만하면 과감히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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