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한한 네일 맥머치 가트너 부사장은 한국 SW산업을 한껏 추겨 세웠다가 내려놨다. 옮기면, 한국 SW제품은 혁신적이고 섬세하며 고객 맞춤에도 충실하다. 해외서도 잘 팔릴만한데 안 팔린다. 이유는 ‘마케팅을 못한다’는 것이다. 책임을 CEO에게 던졌다. “엔지니어 출신 CEO들은 마케팅을 넌센스(허튼소리)라고 생각한다. 영업사원을 두는 것이 전부다”고 꼬집었다. 전략도 없다고 했다. 기능·특징을 자질구레하게 적어놨지만 구매자가 ‘왜 사야하는지’ 설명하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너무 많은 제품을 출시한다. (소비자는 이들 제품 때문에) 소음이 심해 여러분 제품을 보지도 듣지도 않을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종종 우리 SW기업들은 세계적인 기업과 파트너 관계 맺었음을 자랑한다. ‘수출길이 뚫렸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그러나 맥머치 부사장은 회의적이다. 파트너 간 경쟁이 극심해져서다. 비즈니스 모델이 맞지 않으면 좀체 도움을 주지 않는다. 미국·유럽에서 전략적 파트너십 50% 이상이 실패한다는 수치도 들었다. “파트너사 영업사원들은 당신 회사·제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수 있다”는 말도 던졌다.
SW가 강조된다. 제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부터다. 서비스를 키우려니 SW가 눈에 들어왔다. IT강국이라는데 SW시장 글로벌 점유율은 바닥이다. 어마어마한 시장에 애플발 스마트혁명으로 기대치는 커졌다.
녹록지는 않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정부도 기업도 말이다. SW 등 서비스산업을 제조업 마인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맥머치 부사장 말을 들으면서 ‘우리가 갖고 있는 장점을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마케팅하면 우리가 자랑하는 대기업들이 있다. 그들도 최근 SW에 관심이 많다. 중소기업 SW개발 잠재력에 대기업 마케팅 능력을 엮는 것이다. 엮는 것은 정부 몫이다. 손을 잡고 함께 해외로 나가게 돕자. 그냥 얼마 지원금 던져주는 수준으로는 안 된다. 대기업도 ‘혹’ 할 정도로 과감해야 한다. 그래야 움직인다. 적당한 지원금으로 중소기업이 해외에서 파트너 하나 제대로 못 잡아 방황하느니, 이 방법이 나을 것이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