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스타벅스와 애플

 스타벅스는 매년 11월 종이컵을 붉은 색으로 바꾼다. 크리스마스 시즌 이벤트를 알리는 일종의 계절 마케팅이다. 이 마케팅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기자는 모른다. 다만 실리콘밸리에서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한 지인으로부터 ‘겨울이 왔음을 스타벅스 커피잔에서 알게 된다’는 말을 들은 이후, 매년 눈여겨 보기 시작했다. 커피를 담는 종이컵 하나가 계절의 변화를 알려준다는 점은 신선한 감동이었다.

 매년 스타벅스 붉은 종이컵을 보며 그 벤처기업가, 겨울을 연상한다. 이후 스타벅스는 많은 커피 브랜드 중의 하나가 아닌 ‘문화를 만들어내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 커피라는 이미지에 참 어울리는 마케팅이라는 생각도 함께.

 최근 IT에도 이를 뛰어넘는 감동을 선사한 기업가와 기업이 있다. 스스로 창조해낸 기기를 통해 자신의 사망소식을 알렸던, 회사 홈페이지 사진 파일명에 ‘hero’가 가장 잘 어울렸던 인물. 바로 스티브 잡스와 애플이다.

 잡스는 ‘아이폰’을 통해 세계 IT 유저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줬고, 그의 죽음은 애도 물결을 만들어냈다. 스티브 잡스와 애플이 하나의 IT기기를 제조사를 넘어 이 같은 신드롬을 만들어낸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기술’은 아니었다.

 고민 끝에 얻은 가장 근접한 해답 중 하나는 감동이다. 고객과 소통하는, 고객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개발하는 자세, 그것을 통해 만들어낸 제품의 가치가 소비자에 감동으로 전달됐다. 감동을 느낀 고객은 회사와 제품, 그리고 그를 만들어낸 스티브 잡스에게 최고의 존경을 표시했다.

 세계 최고 기술을 가진 국내 기업이 채워야 할 부분이다. 수십 쪽에 달하는 메뉴얼의 스마트폰, 만화책으로까지 만들어낸 사용설명서가 달린 TV로는 고객을 감동시킬 수 없다. 사용한 지 벌싸 2년이 지난 스마트폰에서 가끔 발견되는 새로운 기능은 감동이 아닌 놀라움을 준다.

 소비자는 개발자처럼 오래, 그리고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사용하며 느끼고, 감동할 뿐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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