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리코, 사명에서 `리코` 떼기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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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도리코가 너무 높은 브랜드가치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50여년간 사용해 온 사명을 변경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31일 신도리코(대표 우석형)에 따르면 이 회사는 정식 사명으로 ‘신도리코’를 사용하고 있다.

 영문명은 ‘SINDOH’다. 원래 영문명이 ‘SINDORICO’였으나 2008년 CI 개편 때 신도의 영문명 ‘SINDO’에 Human과 High-Technology를 상징하는 ‘H’를 결합해 지금처럼 바뀌었다. 국문명도 ‘신도’로 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는 데에는 사연이 있다.

 1960년 무역회사 신도교역으로 출발한 신도는 1969년 일본 리코와 합작해 상호를 신도리코로 바꾼다. 신도가 51% 지분을 갖는 구조였다. 1970년대 후반부터 조달 시장을 통해 크게 성장한 신도리코는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사무기기 제조회사가 된다. 리코는 한국에 진출하지 않고, 신도리코는 해외에 진출하지 않는다는 전략적 동맹관계도 맺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리코 지분율이 10%대로 떨어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신도리코가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한 것. 2000년 28%던 수출 비중은 2002년 49%로 늘었다.

 청도 제1공장을 준공한 2003년에는 63%를 기록했다. 청도 제2공장을 가동한 2006년과 홍콩지사를 설립한 2007년을 거치며 해외 매출 비중은 70%에 육박했다.

 문제는 해외에서 신도리코를 일본 리코의 자회사로 여기는 점이었다. 리코가 해외에서 워낙 유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업 당시 명칭인 ‘신도’로 사명을 바꾸기로 했다. 이번에는 국내가 문제였다. 50년 된 신도리코 브랜드가치가 너무 높았던 것. 신도리코는 산업정책연구원 기업브랜드 가치평가에서 2004년 이후 지난해까지 한 번도 슈퍼브랜드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국내에서 ‘복사기=신도리코’라는 등식이 성립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내놓은 절충안이 영문명 ‘SINDOH’에 국문명 ‘신도리코’를 병기하는 것이다. 재밌는 점은 병기한 ‘신도리코’ 글자 크기를 해마다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나중에는 국문과 영문 모두 ‘신도’가 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신도리코 관계자는 “2008년 CI 개편 당시 4년이면 이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신도리코’ 브랜드가치가 예상보다 훨씬 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표. 신도리코 수출 비중 추이

자료: 신도리코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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