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마지막 핵심 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제외하고 농축산업 피해보전과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등 주요 사안에 대해 여야간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ISD를 독소조항이라며 보완 후 비준하자는 야당과 내년 1월 1일 발효를 위해서는 늦어도 오는 3일 본회의에 상정, 비준을 마치겠다는 여당이 팽팽히 맞서면서 국회는 일촉즉발의 위기감에 휩싸였다.
◇국내 산업 피해 보완책은 합의=여·야·정은 수 차례 마라톤 협상을 벌여 한·미 FTA로 인한 국내 농어업과 축산업 피해 보전과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대책, 통상절차법 본회의 수정 등을 골자로 한 합의문을 이끌어 냈다. 농어업·축산업 추가 지원에서는 야당이 요구한 13개항 가운데 정부가 난색을 보여왔던 △피해보전 직불제 개선 △밭농업 및 수산업 직불제 시행 △전기료 감면 대상 확대 등에 대해 합의했다.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보호 대책으로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한편, 무역조정지원 기업의 지원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또 기존 ‘중소기업 창업 및 진흥기금’ 내에 별도로 소상공인지원기금 계정을 신설하기로 했으며 대형 유통시설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 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통상절차법은 본회의에서 일부 수정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수정안에 따르면 통상조약체결 계획의 중요사항을 변경하거나 국내 산업 또는 경제적 파급 효과에 중대한 변화가 예상될 때에는 국회 보고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ISD 이견 좁힐까?=최대 쟁점인 ISD는 마지막 관문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31일 새벽까지 이어진 릴레이 협상을 통해 일단 한·미 FTA를 발효시킨 뒤, 3개월 이내에 양국이 ISD 관련 규정에 대해 추가 협의하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절충안에는 양국 협의 시점으로부터 1년 안에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고, 국회는 보고 후 3개월 안에 정부 협의 결과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한국산 원산지 인정을 위해 본협정 발효 후 3개월 안에 ‘한반도 역외가공위원회’를 설치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한미 FTA ‘중소기업 작업반’을 통해 중소 제약업체에 대한 허가·특허 연계제도 적용 문제를 다루는 한편, ‘서비스·투자 위원회’에서 서비스 분야 협정 이행 여부를 점검하기로 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물론 상당수 의원이 양측 절충안에 대해 “이미 ISD가 협정에 포함돼 있는데 양국이 추가로 만난다고 달라지겠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또 민노당, 진보신당 등이 비준안 처리에 강력 반대하고 있어 절충안이 효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용어>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Investor State Dispute)=외국에 투자한 기업이나 개인이 현지에서 불이익을 당할 때 국제기구인 ICSID(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에 의뢰해 중재로 분쟁을 해결하도록 한 제도다.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이 제도가 우리나라의 사법주권을 침해한다며 재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