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모의 전전긍긍] 미래 장인(匠人)기업 탄생을 기다리며

 1590년 설립한 일본 스미토모금속은 액정용 2층 도금기판 세계 시장 90%를 점유하고 있다. 다이닛폰인쇄는 1876년 세워져 액정용 반사방지필름 세계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한다. 당연히 두 업체 모두 1위다. 자원 빈국 일본이 세계 경제대국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한 우물을 판 이들 장인기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린트는 165년 간 한 가지 맛만 지켜 명품 초콜릿의 대명사가 됐다. 1874년에 창업한 피아제는 태엽감던 시계를 처음으로 배터리를 장착했으며, 가격이 비싼 제품은 수억원을 호가한다. 이들은 산간국가 스위스의 열악한 환경에서 탄생한 장인기업이다.

 1731년 독일 졸링겐에 설립된 헹켈은 질 좋은 철을 사용하고 특수공법으로 만들어져 독일은 물론이고 세계 주부들이 갖고 싶어 하는 주방용 칼의 대명사다. 쿠퍼스는 1875년 창업해 136년간 전기레인지만을 생산하며 유럽 최고 명품 주방가전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2차 대전 후 독일 재건에 큰 기여를 한 기업들이다.

 지난 25일 서울시교육청 발표에 따르면 2012년 마이스터고 신입생 전형 결과, 수도전기공고 200명과 미림여자정보과학고 120명 모집에 중학교 내신 성적 상위 20% 이내에 해당하는 응시생이 각각 218명과 70명으로 나타났다.

 마이스터고는 특정한 산업수요와 연계해 예비 마이스터를 양성하는 특목고로 서울시교육청 산하에 수도전기공고(에너지 분야)와 미림정보고(뉴미디어콘텐츠 분야) 2개교가 운영 중이다.

 중학교 상위 20%라면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해도 무리가 없는 성적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학력 선호보다 명장을 통한 사회적 성공을 위해 소신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전기공고 합격자 가운데 한성중 출신 천 모 학생은 내신성적 상위 5% 이내일 뿐 아니라 학생회장 출신으로 외고 진학을 거부하고 미래 에너지 분야 명장이 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희망은 다른 지역에서 찾을 수 있다.

 부산자동차고에는 중학 평균 내신성적이 상위 24.9% 이내 학생들이 응시해 지난해 42.2%보다 월등히 높아졌다. 부산지역 일반계 고교 합격률이 상위 74%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수한 인재들이 마이스터고로 몰린 셈이다. 울산마이스터고도 신입생 전형 결과, 중학 내신성적 상위 31% 이내 학생들이 몰려 3.37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고 한다.

 마이스터 응시생들은 성적이 우수할 뿐 아니라 다양한 재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림정보고에 합격한 주 모양은 부산 가덕도 출신으로 초등학교 6년 동안 1등을 놓치지 않았고 이 모양은 본지가 주관하는 I-TOP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며 컴퓨터 관련 자격증만 11개를 갖고 있다. 수도공고에 합격한 쌍둥이 자매는 공부를 잘하기도 하지만 베이스기타와 드럼 연주가 전문가에 버금간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직장을 잡지 못하는 청년백수가 넘쳐나는 시대다. 교육과학기술부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2010년 대학 졸업자 47만명 가운데 취업자는 22만6000명이다. 절반 이상이 실업자라는 얘기다.

 특색 없는 전공에 성적도 뛰어나지 않다면 대학 4년은 당사자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마이너스다.

 마이스터고는 오는 2013년 첫 졸업생을 배출한다. 한국전력·삼성전자 등 292개 산업체와 취업 및 교육과정 협약을 체결해 100% 취업이 보장된다.

 “이제 우리나라도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대졸 출신 못지않게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겨서 지원하게 됐다”는 어느 마이스터고 지원자의 말에서 일본·스위스·독일을 부러워하지 않을 장인기업 탄생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smhong@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