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휴대폰 업체가 모바일 클라우드 시장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애플·모토로라·HTC 등 해외업체가 한발 앞서 모바일 클라우드 서비스를 상용화한 상황에서 시장 잠식이 우려된다. 삼성전자·LG전자 등은 프리미엄·차별화 서비스를 위해 공을 들이는 입장이지만, 타임 투 마켓 전략에서 실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애플은 이달 중순 ‘아이클라우드’를 상용화한 데 이어 모토로라도 다음주 새 스마트폰 ‘모토로라 레이저’ 출시와 함께 퍼스널 클라우드 ‘모토캐스트’ 서비스를 선보인다. 대만 HTC도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드롭박스와 제휴를 맺고 HTC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에게 5GB 용량의 저장공간을 클라우드로 제공키로 했다. 애플이 웹 스토리지 개념의 ‘아이클라우드’로 고객 유치에 박차를 가하자 경쟁사들이 비슷한 서비스로 맞대응에 나서는 양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기본적으로 모바일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아직 플랫폼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데다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준비가 안돼 연내 서비스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근 삼성SDS는 일부 직원들을 상대로 ‘S클라우드’ 베타 테스트에 들어갔다. 삼성 관계자는 “S클라우드는 애플 등 경쟁사가 제공하는 단순한 웹스토리지 제공 서비스에 그치지 않는다”며 “일반 소비자(B2C)뿐만 아니라 기업 시장(B2B)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개념이어서 상용 서비스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글로벌 데이터센터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만 1억대가량의 스마트폰 판매하는 삼성전자로서는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거점 지역별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LG전자도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모바일기기뿐만 아니라 스마트가전·자동차 AV시스템 등과 연동되는 복합 서비스로 개발 중이어서 상용화가 지연되고 있다. 가칭 ‘L클라우드’라는 프로젝트에 HE·MC·HA·AE 등 4개 사업본부 개발자들이 협력해 개발하다 보니 의견 조율에도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다.
국내 업체의 클라우드 서비스 지연은 스마트폰 판매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연락처·문서 등 개인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휴대폰 교체 시에도 고객 이탈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김민석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애플 아이클라우드는 소수 감시자가 자신을 드러내놓지 않고 모든 수용자를 감시할 수 있는 감옥 형태인 ‘파놉티콘’과 같은 것”이라며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하면 향후 맞춤형 광고는 물론이고 단말기 수요 예측까지 할 수 있는 등 기업 마케팅 경쟁력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