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조회공시 요구에 `동문서답` 기업 속출
실적과 무관하게 테마를 재료 삼아 주가가 급등한 기업들이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동문서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테마주 위험 주의보가 발령됐음에도 해당 기업은 `공시할 사항이 없다`는 등의 답변만 되풀이한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일건설, 신한, 하이스틸, 동양철관 등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4곳이 거래소 조회공시에 판에 박힌 내용을 내놨다.
"현저한 시황 변동에 영향을 미칠만한 사항으로서 진행 중이거나 확정된 공시사항이 없다"고 적은 것이다.
리비아에 건설 현장이 있는 신한과 한일건설은 무아마르 카다피가 총격으로 숨지고서 주가가 탄력을 받았다.
하이스틸과 동양철관은 강관업체로, 남ㆍ북ㆍ러 가스관 프로젝트에 기대가 모인 덕에 폭등했다.
이들 주식의 공통점은 테마주라는 점이다. 개미들의 `묻지마 투자`가 몰린 탓에 주가가 단기에 급등했다. 해당 업체의 의지와 무관하게 테마가 형성돼 회사측이 급등 원인을 설명하는 게 근본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런 기업의 속내는 "우리는 테마주다. 그래서 주가가 오른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이렇게는 공시할 수 없는 노릇이어서 해당 업체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동문서답 공시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테마주 업체가 급등 이유가 없음을 공시해도 주가에는 아무런 제동 역할을 하지 못한다.
동양철관은 올해 8월과 9월 두 차례 조회공시에서 "공시할 사항이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음에도 8월 초 이후 주가가 4배 이상 뛰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조회공시 요구와 답변의 행간을 읽을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테마가 실적과 아주 무관하지는 않지만, 조회공시를 받을 만큼 주가가 급등했는데도 공식적으로 밝힐만한 사유가 없는 것은 테마의 실체가 불투명하다는 뜻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감시본부에서 별도로 내는 시장경보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거래소 시장감시본부는 투자주의, 투자경고, 투자위험 등 세 단계로 시장경보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26일 조회공시 답변을 내놓은 종목 중에는 하이스틸이 전날 거래소로부터 투자경고 종목 지정 예고를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