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평사 "하이닉스 인수해도 SKT 등급조정 안해"
국제 신평사는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 경고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SK텔레콤이 거액을 빌려 하이닉스를 인수하더라도 신용등급을 조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 지분 20% 인수 금액은 약 3조원으로 예상된다. 지난 26일 기준 시장가치(약 2조8천억원)에다 일부 프리미엄을 더한 금액이다.
국제회계기준(K-IFRS)을 적용한 지난 6월 말 당시 SK텔레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9천580억원이다. 하이닉스 지분 인수금 3조원 중 1조원은 보유 현금만으로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2조원은 외부 차입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국내 신평사들은 SK텔레콤이 증권가 예상대로 2조원 규모를 빌리더라도 재무구조나 현금흐름에 큰 지장은 없을 것으로 평가했다.
이 때문에 하이닉스 인수를 위한 대규모 차입이 신용등급 강등 사유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SK텔레콤은 3대 신평사 공통으로 최고 등급인 `트리플A(AAA)`를 받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27일 "차입 규모와 방식 등이 확정돼야겠지만, 2조원 정도 빌리더라도 SK텔레콤의 현금 창출 능력으로 충분히 감내할 만하다. 2~3년 정도면 차입금을 상환할 것이라는 점에서 신용등급 강등 사유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당기순이익은 2010년과 2009년 각각 1조2천900억원, 1조55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활동만으로도 매년 1조원 이상의 현금 창출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하이닉스가 피인수 후에 실적이나 현금 흐름이 악화하더라도 SK텔레콤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하이닉스의 자금 상황이 나빠져도 SK텔레콤의 자금이 추가로 투입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만일 증자를 하게 되면 지분율만큼만 자금을 넣으면 돼 큰 부담은 안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사전적으로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에 따른 자금 상황을 검토해보고 있다. 구체적인 자금 소요 일정이 나오면 본격적으로 등급 조정 여부를 검토는 하겠지만, SK텔레콤의 현금창출 능력을 봤을 때 등급 조정은 없지 않겠느냐는 내부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SK텔레콤의 신용등급 조정 여부는) 구체적으로 검토해보지 않았다. 지금 시점에서 어떻게 될지 말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신평사들이 `트리플A` SK텔레콤에 무한 신뢰를 보내는 것과 달리 일부 국제 신평사는 이 회사의 대규모 차입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SK텔레콤이 차입으로 하이닉스 인수 자금을 조달한다면 신용도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피치는 SK텔레콤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고, 계약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이 확보되면 이 회사의 등급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올릴지를 판단할 것이라며 차입 규모에 따라 등급을 내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