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전국 평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에 육박하자 정부가 정유 4사와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어 고심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식경제부는 지난 24일 정유 4사 실무진을 긴급 소집했다. 전국 휘발유 평균값이 2000원을 곧 넘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리터당 2000원은 상징성이 크다.
지경부는 이날 최근 정유사 마진이 늘어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불필요한 서비스를 줄이라고 종용했다.
묻힐 뻔한 서민 패키지 요금도 다시 거론됐다. 농어민·생계형 운전자·경차 운전자 등에 대해서만 요금을 깎아주는 방식이다.
정유 4사는 더 이상 휘발유 가격을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실시한 리터당 100원 가격 인하로 8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한데다 주주 이익을 더 이상 침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정유사는 외국인 주주 지분이 30%를 넘는 상황이라 이들이 투자를 기피할 경우 대규모 자금이 이탈하면서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업계는 우려했다.
이날 정유 업계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기금을 카드를 꺼냈다. 2008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웃도는 초고유가 상황에서 최대 실적을 기록한 업계가 당시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제안한 것이다.
정유 업계는 2009년부터 3년간 1000억원 규모 특별기금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이후 유가 하락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들면서 지난 상반기까지 384억원을 모금하는 데 그쳤다.
정유 업계는 11월 중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1%를 걷어 특별기금을 다시 마련하기로 했다. 기금은 사회복지 공동모금회나 한국에너지재단에 전달, 서민층 난방유 지원과 보육원 보일러 교체 등 소외계층 지원 사업에 사용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마진이나 불필요한 서비스 모두 줄이는 등 정유사 선에서 할 것은 다했다”며 “이제는 국민이 에너지를 절약할 때”라고 말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