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수수료 체계 대폭 손본다

 수수료 챙기기에만 집착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시중은행들이 수수료 체계를 대폭 손보기로 했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를 최대 50% 낮추는 한편, 소외계층에게는 수수료 면제 혜택도 준다.

 은행들은 25일 이 같은 내용의 수수료 인하 방안을 확정해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 이는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9일 “수수료나 금리 책정 때 과도한 차별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은행들의 수수료 정책에 대해 비판한데 따른 것이다.

 은행들은 우선 입출금, 계좌이체, 환전, 해외송금, 펀드 가입, 증명 등 100가지가 넘는 수수료 체계를 전면 재검토한 뒤 일부 항목은 폐지하기로 했다. ATM 이용 수수료가 대표적이다. 하나은행은 영업시간 외에 ATM을 이용할 경우 부과하던 수수료 600원을 면제하기로 했다. ATM으로 2회 연속 현금을 인출하면 기존 600원이던 수수료를 300원으로 낮춘다. KB국민은행도 2회 이상 인출 시 수수료를 50% 인하하며, 신한은행도 500원에서 250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시중은행은 타행 이체 수수료와 주거래은행이 아닌 다른 은행 ATM을 이용할 때 내는 수수료도 인하할 방침이다.

 창구 거래 시 납부하는 수수료도 낮아진다. 신한은행은 창구 계좌이체는 3만원이 넘으면 3000원의 수수료를 받았으나, 앞으로는 10만원 이하 600원, 10만∼100만원 1천원, 100만원 초과 3000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은행들은 소외계층에 주는 수수료 혜택도 강화한다. 국민은행은 오는 28일부터 차상위계층 206만명과 사회소외계층 170만명을 대상으로 일부 거래 수수료를 면제한다. 하나은행은 차상위계층, 다문화가정, 장애인, 소년소녀가장, 독립유공자 가족 및 유족, 전세대출 고객의 ATM·인터넷·텔레뱅킹 수수료를 월 10회 면제하기로 했다. 혜택을 받으려면 가까운 은행 영업점에 행정기관에서 발급한 관련 증명서를 제출하면 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이 수수료로 과도한 이익을 얻는 것처럼 오해받는 측면이 있다”며 “이 같은 인식을 바꾸는 동시에 사회공헌 차원에서 수수료 인하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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