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예비창업 4인방 `제2의 스티브 잡스`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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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된 IT 황제 스티브 잡스는 1976년 차고에서 개인용 컴퓨터 애플을 만들었다. 빌 게이츠는 1975년 자본금 1500달러로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했다. 이들의 시작은 미미했지만 지금은 모두 IT업계의 산역사가 됐다는 것에 대해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최근 ETRI의 연구원 4명이 각각 예비 창업에 나섰다. 목표는 제2의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가 돼보자는 것이다. 이 연구원들은 기술력만큼은 세계 정상급이다.

 문종태 책임연구원은 ‘저가용 솔라셀 전극 소재’, 김호연 책임연구원은 ‘한글주소인식 기술’, 이영재 선임연구원은 ‘모바일 방송용 플랫폼’, 홍승기 연구원은 ‘모바일 경계 침입 원격탐지’로 창업을 준비 중이다.

 이들 4인의 공통점은 “어려울 때일수록 기회가 더 많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최근의 글로벌 경제위기가, 오히려 첨단기술을 갖고 있는 이들에겐 기존 시장에서 경쟁력을 드러낼 아주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연구를 하던 이들 4인이 창업준비에 나서게 된 배경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예비창업 지원제도가 큰 몫을 했다. 우선 향후 6개월간 ETRI서 각각 1억5000만원의 지원을 받는다. 각각 10~15평의 창업준비 공간도 배정 받았다. 시장 자문과 경영 컨설팅은 ETRI홀딩스로부터 수시로 받고 있다.

 어렵게 한자리에 모인 이들 4인은 창업의 어려움 등을 털어놨다.

 문종태 연구원은 “우리나라도 스티브 잡스처럼 새로운 도전을 한 뒤 실패해도 일어설 환경이 구축되어 있으면 좋겠다”며 “정부가 벤처 업체 육성을 위한 입구전략은 있는지 몰라도 출구 전략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세계적인 창업벤처가 안 나오는 이유에 대해 김호연 연구원은 “대부분의 팔방미인은 모든 분야를 다 잘할 수는 없다. 자신이 취약한 경영이나 제도, 회계, 인사관리 등을 보완하기 위해 CEO의 지속적인 시간투자가 필요한 환경이라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창업시스템을 보완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홍승기 연구원은 다른 각도로 접근했다. 기업 CEO들이 비전과 목표를 솔직하게 제시하고, 조직체제와 시스템을 끊임없이 다듬고, 진화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한국에서 세계적인 벤처가 나오지 않는 이유를 기업가 정신이 없다는 데서 찾았다.

 이영재 연구원은 경영상 최악의 경우는 매출이 10억원도 안된 상황에서 다른 기업에 인수합병돼 경영권을 상실했을 때라고 언급했다. 인수합병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음을 드러냈다.

 개발 제품이 시장에서 주목을 못 받았을 때를 최악의 상황으로 간주한 김호연 연구원은 “생계형 과제를 수행하면서 다시 도약의 기회를 찾겠다”고 했다.

 쉽지만 난해한 질문도 던져봤다. 고개를 넘다 힘들면 어떤 방법으로 넘을 것인지에 대해 일일이 물어봤다. 먼 길을 혼자 갈 수 없으니 동행자를 구하겠다는 대답(이영재 연구원)도 나왔고, 잠시 멈춰 서서 남은 고개가 얼마나 되고, 얼마만큼의 힘이 필요한지 계산부터 하겠다는 견해(김호연 연구원)도 내놨다.

 미리 걱정 않고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대답(홍승기 연구원)도 나왔다.

ETRI 허성익 중소기업협력센터장은 “이들이 ETRI, 대덕특구, 나아가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글로벌 기업이 될지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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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의 예비창업 4인방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4인의 연구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왼쪽부터 김호연, 이영재, 문종태, 홍승기 연구원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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