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4G시대] 단말도 빛의 속도로 진화 중

 연초 미국 가전전시회 ‘CES 2011’에서 모토로라의 홍보 동영상이 눈길을 끌었다. 스마트폰을 노트북처럼 생긴 랩독에 꽂기만하면 바로 넷북처럼 사용하는 장면이었다. 모토로라는 스마트폰 ‘아트릭스’를 국내에 내놓고 비슷한 TV 광고를 방영했다.

 스마트폰 하나면 넷북이나 멀티미디어 기기로 바로 변신할 수 있는 개념이었다. 몇 년 전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등장했던 장면이 현실로 다가왔다.

 그러나 그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애플 ‘아이폰’의 등장으로 본격화된 스마트폰 혁명은 거침없다. 불과 10개여월만에 ‘아트릭스’는 철지난 스마트폰으로 전락했다.

 속도가 50% 빨라진 1.5㎓ 듀얼코어 스마트폰이 등장하는가 하면 4세대 이동통신이 가능한 스마트폰도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초 CES에서는 휴대폰 두뇌(CPU)가 4개인 ‘쿼드코어폰’도 본격 등장할 전망이다. 1년만에 배로 똑똑해지는 진짜 스마트폰이 나오는 셈이다. 휴대폰 업체마다 차세대 전략 스마트폰이라고 열을 올리지만 유효기간은 3개월에 불과하다. 3개월이 지나가면 판매량은 급격히 꺾인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한층 업그레이드된 신병기가 줄줄이 출시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LG전자·팬택·HTC 등 업체들이 한달새 3~4종의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과연 어떤 것이 전략폰인지 헤갈릴 정도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은 이에 대해 “요즘처럼 휴대폰업계에 테크놀러지 이노베이션이 빠른 적도 없었다”며 “테크놀러지 이노베이션을 주도하더라도 세계 각국의 시장과 소비자들의 욕구를 반영해 대표폰 하나만으로 승부할 수 없는 시대”라고 진단했다.

 단말기 진화가 과거에도 이렇게 빠른 것은 아니었다. 이동통신 환경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단말 특성상 느린 네트워크 변화에 맞출 수밖에 없었다.

 이동통신 1세대는 1980년대 초반에 등장했다. 아날로그 서비스여서 음성통화만 가능했다. 국내에서는 1984년 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이 최초로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했다. 주로 카폰으로 보급됐는데, 당시엔 이동 중에 전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했다. 세계 최초의 휴대폰은 미국 모토로라가 개발했다. 모토로라 휴대폰 사업부가 올해 구글에 넘어간 것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휴대폰 빅뱅은 이동통신 2세대로 넘어가면서 시작됐다. 통신서비스가 디지털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유럽이 주도한 GSM과 미국 주도의 CDMA 방식의 기술표준 전쟁이 벌어진 것도 이때다. CDMA 방식을 채택한 우리나라는 800㎒ 대역의 셀룰러와 1.8㎓ 대역을 사용한 PCS로 나뉘었다. 휴대폰도 셀룰러와 PCS 2종이 시장에서 격돌했다. 사업자도 셀룰러에선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 PCS에선 한국통신프리텔, LG텔레콤, 한솔텔레콤 등으로 양분됐다. 5개 통신사가 가입자 유치 경쟁을 펼치면서 휴대폰의 대중화도 급물살을 탔다.

 2세대 휴대폰은 디지털로 전환됐지만 여전히 음성통화 성능이 가장 중요했다. 단문 문자메시지(SMS) 서비스도 가능해져 엄지족이 서서히 생기기 시작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한국 휴대폰 업체들은 CDMA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 인프라를 바탕으로 세계 메이저 업체로 발돋움했다.

 반면에 일본은 독자 표준인 PHS 방식을 고수하다 세계 휴대폰 사장의 ‘갈라파고스’로 전락했다. 가전명가 일본이 여전히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마이너인 이유도 2세대 시절 실기를 아직까지 극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 데이터 전송속도 경쟁이 불붙은 것은 3세대로 넘어오면서부터다. 10년전 ‘꿈의 이동통신’이라는 타이틀로 주파수 유치경쟁이 치열했던 ‘IMT-2000’이 3세대 통신의 서막을 알렸다.

 3세대 이동통신은 SMS보다 한 단계 진화한 멀티미디어메시징서비스(MMS)가 가능해졌다. 동영상도 보내고, 인터넷 접속도 원활해졌다. 지금의 스마트폰이 탄생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과 KT가 GSM 방식에서 진화한 비동기식으로 서비스에 나섰다.

 3세대 이동통신은 HSDPA(고속하향패킷접속), HSUPA(고속상향패킷접속)와 둘을 합친 HSPA(고속패킷접속), HSPA+로 진화했다. 이들 고속 통신은 2007년 ‘아이폰’의 등장으로 각광받으며 ‘모바일 인터넷 시대’를 열어 제쳤다.

 한국 휴대폰업체들은 이 같은 인프라의 변화에도 2세대에 최적화된 일반 피처폰에 연연하다 애플에 스마트폰 주도권을 빼앗기는 일격을 당했다. 뒤늦게 3세대 스마트폰 개발에 열을 올렸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휴대폰 업체들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롱텀에벌루션(LTE)과 와이브로로 대변되는 4세대 통신은 국내 휴대폰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팬택은 해외 기업이 아직 개발하지 못한 LTE폰을 상용화했기 때문이다. 해외업체로는 대만 HTC가 유일하게 LTE폰을 내놓았을 뿐이다.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어온 애플도 아직 4세대폰 개발은 내년으로 미뤄놓은 상태다. 3세대 스마트폰에서는 뒤졌지만 4세대 스마트폰에서는 역전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4세대 스마트폰은 3세대보다 인터넷 속도가 3~8배 빨라진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영상 영어강의를 듣고, 달리는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대전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아이클라우드’를 시작으로 본격화된 모바일 클라우드 시대에서도 4세대 스마트폰이 한발 앞서 갈 수 있다.

 관건은 4세대 스마트폰을 선점한 국내 휴대폰 업체들이 얼마나 빨리 4세대폰의 대중화의 물꼬를 트느냐는 것이다. 4세대폰에 고화질(HD)·대화면 디스플레이를 도입한 국내 기업들은 내년에는 쿼드코어 CPU 도입도 서두를 태세다. 휴대폰이 이젠 진정한 ‘손안의 PC’로 변모하고 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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