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BC카드가 금융IT 융합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KT가 BC카드 인수를 추진하면서 품었던 구상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통신과 금융 융합을 통해 새롭게 열리는 모바일카드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KT가 보유한 ICT와 BC카드 가맹점 네트워크 역량을 결합하면 국내 금융시장은 물론이고 해외 공략도 가능하다는 구상이다.

 ◇“새 먹을거리 확보하라”=최근 국내외 통신사업자가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주요 수입원인 음성통화 수익은 감소하는 반면에 데이터통화 수익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데이터통화가 직접적인 매출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2분기 가입자당월평균매출(ARPU)은 KT와 SK텔레콤이 지난해에 비해 각각 5.4%, 3.1% 감소했다. 새로운 수익원을 찾지 못한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SK텔레콤이 지난 1일 플랫폼 사업부문을 SK플래닛으로 분사하고, 하이닉스 인수에 뛰어든 것도 새로운 활로를 찾으려는 일환이다.

 반면에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는 금융산업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구글은 올해 ‘구글지갑’을 바탕으로 모바일카드·뱅킹·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페이스북은 자체 전자화폐에 기반을 둔 커머스 시장 개척에 적극적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국내 통신사업자가 깔아놓은 인프라는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 놀이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KT가 금융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IT 인프라를 새로운 수익 창출=KT와 BC카드는 카드 시장이 플라스틱에서 모바일로 이동하면 통신사업자에게 더욱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KT가 보유한 인프라가 다양한 수익 창출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석채 회장은 “앞으로 스마트폰·스마트패드 등 스마트 디바이스는 가정, 직장, 가맹점에서 모든 이들이 필수품으로 갖게 될 것”이라며 “이 자체가 카드 결제를 비롯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KT의 생각이다. 종이전표, 플라스틱카드 발행이나 카드단말기 운용에 드는 비용이 KT의 클라우드 솔루션을 통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각종 스마트 단말기를 여러 형태의 디지털 사이니지로 활용하면 카드사와 중소 가맹점에 새로운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국내 카드사와 협력은 지켜봐야=현재 국내 모바일카드 시장은 초기 단계다.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이 설립한 하나SK카드가 모바일카드를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국내 카드사는 장기적으로 플라스틱에서 모바일카드로 이동할 것이라고 보지만 그 시기는 확답을 못 주고 있다. 따라서 모바일카드 관련 기술 확보에도 소극적인 모습이다. 법제도 역시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모바일카드를 발급받으려면 먼저 플라스틱카드 발급이 필요하다. 비용이 중복되는 셈이다.

 카드사들이 KT와 BC카드가 구축한 결제 프로세싱에 적극 결합할지도 미지수다. 하나SK카드는 현재 비자의 모바일카드 솔루션을 채택하고 있다.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모바일 결제 프로세싱 주도권을 통신사가 쥐게 될 경우, 기존 질서가 빠르게 변화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이석채 회장은 수 차례 “BC카드가 추구하는 방향은 개방형 프로세싱 사업자”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통상적인 카드업에는 관심 없다”며 “모든 카드사가 모바일 페이먼트 시장에서 BC카드가 만든 솔루션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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