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프라자 등유통가 가격표시제 도입확산
#1.마포에 사는 주부 박 모씨는 최근 전자제품 매장에서 정가보다 20% 할인해준다는 말에 47인치 LED TV를 189만원에 샀다. 그는 며칠 뒤 이웃이 같은 제품을 동일 매장에서 176만원에 샀다는 이야기를 듣고 황당했다.
#2.용산구에 사는 직장인 강 모씨도 유사한 경험을 했다. 매장에서 245만원 가격표가 붙어 있는 TV를 205만원에 상담했는데 부인이 동일 매장에 이틀 뒤 방문하니 187만원에 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가전 유통업계에 유명무실했던 ‘가격표시제’가 확산되고 있다. 판매사원이 고객과의 상담 중 표시 가격에서 임의로 할인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것이 골자다.
최근 홈플러스는 금천·동수원·대구 등 6개 점포에서 가격표시제를 시범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시범과정에서 문제점을 보완한 후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이마트도 10월부터 전 점포에서 가전제품 정가판매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 판매법인 리빙프라자도 가격표시제 준수를 선언했다. 서울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159개 점포에서 시행 중이며 내년 1월부터는 전국 매장으로 확대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협상가격제를 운영할 경우 순진한 소비자만 피해를 볼 수 있고, 주변 점포와 불필요한 가격 경쟁이 심화되는 측면도 있다”며 “가격 흥정에 드는 상담시간을 줄이는 대신 서비스 효율을 높이자는 취지로 가격표시제에 동참하는 유통점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전자제품 매장에서는 상담요원이 가격을 추가 할인해주는 이른바 ‘네고(Nego)가격’이 일반화돼 있다. 업계는 실제 판매가와 태그가격 차이가 최고 40%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가전유통점 지점장은 “가격흥정이 만연하면 소비자들이 유통가격 자체를 불신하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판매점으로 되돌아온다”며 “정부기관의 단속보다는 유통점들이 자발적으로 가격표시제를 준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