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교각살우

 교각살우(矯角殺牛)는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뜻이다.

 오래전 중국에서는 큰 종을 만들 때 뿔이 곧게 난 잘생긴 소의 피를 종에 바르고 제사를 지내던 풍습이 있었다. 농부는 쇠뿔이 조금 비뚤어 보이자 이를 잡으려고 뿔을 동여맸다. 그 결과 뿔이 부러지며 소가 죽었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작은 잘못을 고치려다 더 큰 화를 부르는 경우에 자주 쓰는 표현이다.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이 최근 업계 화두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고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영역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이름 그대로 대·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중기적합업종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9월 말 1차 발표에 이어 다음 달 4일에는 쟁점 품목 선정 결과가 최종 발표될 예정이다. 문제는 중기적합업종을 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시각차가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가운데 동반성장위원회는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한다. 아직까지 쟁점업종 가운데 합의나 양보가 이뤄진 분야는 많지 않다.

 D데이를 앞두고 쟁점 분야 중소기업이나 대기업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소기업은 괜히 이슈만 제기하고 실제 소득은 없는 상황을 우려한다. 오히려 대기업이 사업을 확장하는 데 확실한 명분만 제공하는 것이 아닐지 걱정이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정부가 실적을 만들기 위해 무리수를 두지 않을지 노심초사다. 결단의 순간이 다가올수록 대립각은 더 날카로워지고 있다.

 판은 벌여 놨고 결정을 해야 할 시간은 다가오고 있다. 이번 주와 다음 주는 업종별 회의가 최종 판정을 위해 열리는 가장 중요한 시기다.

 이미 동반성장위 결정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취지를 생각해야 한다. 합리적이고 공명정대한 판단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끼워 맞추기식 적합업종 배분이나 특정 집단에 대한 배려는 오히려 화를 부를 수 있다. 특히 작은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국가 산업 전체가 위축되게 하는 우를 범하는 것은 최악이다.


 김승규 가전유통팀장 se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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