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사업에 진출한 대기업 ESCO들이 1년 넘도록 개점휴업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ESCO 활성화 바람을 타고 사업에 대거 진출했지만 실질적 성과는 나오지 않는 모습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ESCO사업자로 등록한 대다수 대기업의 관련 사업 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ESCO사업자로 등록한 LG전자는 1년이 넘도록 ESCO사업부문에서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주력 사업 아이템으로 선정한 시스템에어컨(EHP)을 정부가 고효율기자재에서 제외하면서 주력 아이템을 잃어버린 것이 주된 이유다.
LG전자 관계자는 “막상 ESCO 사업에 뛰어들어보니 주 아이템으로 잡았던 건물분야 사업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게다가 대기업 ESCO다 보니 정부가 지원하는 저리자금을 받기도 쉽지 않고 제약조건이 많다”고 말했다.
STX에너지·GS건설 등도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남는 열을 이용해 에너지비용을 절감하는 사업을 추진하려고 한 STX에너지나 건물 에너지절감 사업 분야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는 GS건설 등도 사업 아이템 발굴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 관계자는 “회사에서 ESCO사업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서 사업 아이템을 찾고 있기는 하지만, 건물분야 특성상 대규모 사업 발굴도 어려울 뿐더러 투자 자금 확보도 쉽지 않아 관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현재 ESCO사업자로 등록한 대기업 경영진이 매출규모가 작고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해야 하는 ESCO사업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도 사업부진의 원인이다.
대기업 특성상 대규모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입장을 감안하면 현재 마련된 대기업 ESCO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올해 대기업 사업장의 ESCO사업 정부 예산은 900억원이다. 이마저 자금 신청이 시작된 지난 3월 전액 소진됐다. 단일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예산 또한 최대 500억원으로 묶여 있다. 대기업 ESCO 입장에서는 사업을 해보려 해도 먹을 것이 없다는 불만의 소리가 나올 만 한 상황이다.
민간자금을 쓰려고 해도 정부 정책자금보다 금리가 높아 영업이 어렵다. 현재 정부 정책자금은 금리가 2.75%인 데 비해 민간자금을 쓸 경우 기업 신용도에 따라 약 4~6%대의 금리로 이용해야 한다.
ESCO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ESCO사업을 독려하는 정부 정책에 따라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실질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전혀 조성되지 못했다”며 “시장을 끌어가는 대기업 ESCO가 정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는 정부 계획이 중소기업 보호정책 사이에서 힘을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