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견월망지(見月忘指)

 “산과 물을 개조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자연에 맡겨두면 산에는 나무가 없어지고 강에는 물이 마릅니다. 그 황폐함을 따라서 그 민족도 약해집니다. 저 문명스럽지 못한 강과 산을 개조하여 산에는 나무가 가득히 서 있고 강에는 물이 풍만하게 흘러간다면 우리 민족에게 얼마나 행복이 되겠소.”

 상하이 임시정부를 이끌던 도산 안창호 선생이 1919년 당시 항일운동에 함께 나섰던 청년들을 상대로 강연한 ‘강산개조론’의 일부다. 일제에 의해 황폐해진 우리 강산을 복원하고 민족과 국가를 되살리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가을 밤 정취가 물씬 풍겨 나오는 22일 저녁 한강(이포보), 영산강(승천보), 낙동강(강정고령보), 금강(공주보)에서는 4대강 사업 마무리를 기념하는 ‘새물결 맞이’ 행사가 열렸다. 16개 보 중 4곳에서 각각 축하행사를 준비하고 4원 생중계를 통해 전국에 생방송으로 내보냈다. 행사장마다 10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고, 합창, 무용, 뱃놀이, 불꽃놀이 등 다양한 문화행사도 마련됐다. 한바탕 축제가 벌어졌다.

 이포보 행사장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은 축사를 하면서 안창호 선생의 ‘강산개조론’을 다시 언급했다. 그는 “4대강이 생태계와 환경을 살리며 생명의 강으로 되돌아 왔다. 도산의 꿈을 90년만에 이뤄냈다. 4대강을 따라 지류까지 살려서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환경을 지킨 나라, 앞서서 기후변화를 대비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장서 만난 주민들도 걱정거리였던 수해에서 벗어나고 자전거 길을 따라 관광산업까지 활성화돼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그러나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22조원이나 드는 초대형 국책사업을 효과도 따져보지 않고 2년 안에 후다닥 밀어붙이면서 생긴 민심이반은 크나큰 사회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지천 개발 등 후속 사업에 30조원이나 더 투입해야하니 경제적 이익도 미지수다.

 문득 도산이 말한 강산개조론이 90년이나 지난 지금의 4대강 사업을 지칭했을까 의문이 든다.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 끝만 바라보는 ‘견월망지(見月忘指)’의 우를 범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미래정책팀·정지연차장 jyj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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