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고래싸움에 다른 업체들 “울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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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보도자료가 언제 나오나요.”

 “제발 우리 기사도 다뤄주세요.”

 삼성전자와 애플이 벌이는 세기의 특허전쟁 때문에 다른 휴대폰업체들이 울상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특허 뉴스 때문에 중요한 신제품 발표 뉴스마저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고래싸움’에 뉴스 사각지대로 밀려나자 삼성·애플 보도자료 피해가기 홍보 작전에 고심할 정도다.

 모토로라는 지난 19일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초슬림 스마트폰 ‘모토로라 레이저’를 발표했다. 피처폰 시대 최대 히트작 ‘레이저’의 이름이 걸렸다. 국내 200만대 판매 기록을 세운 레이저 신화를 스마트폰에서 부활시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모토로라 레이저는 두께 7.1㎜로 세상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으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애플 ‘아이클라우드’의 취약한 보안을 해결한 ‘퍼스널 클라우드’ 기능도 따끈따끈한 뉴스였다.

 하지만 모토로라의 이 같은 기대는 이날 동시 발표된 삼성과 애플의 발표로 빛을 바랬다. 삼성전자는 같은 날 홍콩에서 차세대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넥서스’를 발표했다. 홍콩 현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신종균 무선사업부 사장이 애플과 특허전쟁에서 초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히면서 대부분 미디어가 이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애플의 3분기 실적과 미국에서 애플 특허소송이 일부 기각되는 뉴스까지 쏟아졌다. 모토로라 레이저 출시 뉴스는 큼직큼직한 이슈에 묻혀 버렸다.

 LG전자·팬택 등 최근 롱텀에벌루션(LTE) 전략 스마트폰을 발표한 국내 기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팬택은 지난 6일 세계 최고 해상도의 ‘베가 LTE’를 발표하는 날 마침 스티브 잡스가 사망했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계획에 없던 기자실 깜짝 방문까지 자청해 여러 이슈에 대해 설명했으나 다음날 신문에는 잡스 사망 뉴스로 도배됐다. ‘베가 LTE’에는 동작인식이라는 눈에 띄는 신기술이 적용됐지만 눈에 잘 띄지 않았다. 팬택 관계자들은 “일종의 천재지변”이라며 체념하기도 했다.

 LG전자는 고화질(H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옵티머스 LTE’를 내놓으면서 삼성 아몰레드 디스플레이와 ‘비교 마케팅’까지 불사했다. 한 임원이 작정이나 한 듯 “갤럭시S2는 계란프라이용”이라며 거침없는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호주·네덜란드 등지에서 삼성 제품 가처분소송 뉴스가 연이어 터지면서 LG의 공격은 쟁점화하지 못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공들여 준비한 전략 제품의 우수성이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 안 되는 것이 안타깝다”며 “그래도 옵티머스LTE가 출시 5일 만에 10만대 이상 공급되는 등 좋은 제품을 똑똑한 소비자들이 서서히 알아보는 것에 위안을 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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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션 인식 기능을 제공하는 팬택의 `베가 LTE`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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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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