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와 농협 등 우유업계가 잇달아 우윳값을 7∼9% 선에서 인상하자 이를 지켜만 봐야 하는 과자, 라면업계는 쓰라린 속을 부여잡고 있다.
우유업계가 정부와 씨름 끝에 우윳값 인상을 결국 관철한 분위기인데 반해 과자 업계는 오히려 값을 낮춰야 하는 처지가 됐고, 라면 업계는 값을 올릴 시점을 놓쳤기 때문이다.
20일 과자 업계에 따르면 이들 업계는 최근 지식경제부의 권장소비자 가격 부착 문제와 관련한 보도자료 배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18일 "과자, 빙과류, 라면 업계가 주요 품목의 가격을 작년 6월 수준으로 올해 말까지 표시하게 하겠다"고 밝혔는데, 여기에 업계가 동의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한 제과업계 관계자는 "지경부는 최근 회의에서 `가격정보 사이트인 T-프라이스에 올라가는 품목은 될 수 있으면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하고 나머지는 업계 자율로 해라`고 했는데 갑자기 보도자료를 내 대부분 제품값을 작년 6월 수준으로 표시하게 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업계는 가격 환원에 동의하지 않았는데 지경부가 일방적인 발표로 이를 기정사실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올해 4∼5월 정부와 `협의`를 거쳐 밀가루부터 시작해 과자 공급가를 올렸는데 다시 작년 6월 수준의 가격표를 붙이면 사실상 가격 인상을 철회하라는 뜻과 같기에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정부의 발표 내용에 업계가 동의한 적이 없다"며 "정부가 작년 6월 수준의 권소가를 붙이라고 밀어붙이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이미 올린 제품값을 낮추라고 하는 것은 너무한 것이 아니냐"라고 말했다.
라면 업계도 가격 인상을 관철한 우유업계가 부러울 뿐이다.
이들 업계는 밀가루, 과자 업계가 가격을 올린 4∼5월 가격 인상을 추진했으나 때마침 터진 `신라면 블랙 파동`으로 타이밍을 잃었기 때문이다.
업계 1등인 농심이 신라면 블랙 과장광고 논란에 휘말리며 뭇매를 맞고 일찌감치 신라면 값을 동결하는 바람에 다른 업계는 가격 문제를 말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우유업계는 맏형인 서울우유가 `총대`를 매고 값을 올렸기에 남양유업과 매일유업 등 후발 주자들도 주판알을 튕기며 가격 인상 폭을 계산하고 있다.
유통가에서는 하반기 식료품 값이 오르면 우유와 라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는데 우유는 우여곡절 끝에 값을 올렸지만 라면은 그러지 못했다.
라면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시장 분위기 때문에 라면 값을 올린다는 말을 꺼내기도 무서운 분위기"라며 "내년 초에는 밀가루 등 원가상승분을 반영해 값을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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