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애플)이 우리에게 한 것처럼 우리도 하려고 한다.”
지난 18일 저녁 홍콩 한 호텔에서 만난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작정이나 한 듯 포문을 열었다. 차세대 전략폰 ‘갤럭시 넥서스’ 발표를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였지만, 화제는 온통 특허전쟁에 집중됐다.
그는 “판매금지 가처분을 당해보니까 피해가 상당했다. 우리 브랜드와 우리 자존심을 잃었다”면서 “우리가 강한 통신 특허뿐만 아니라 멀티미디어 등 가지고 있는 모든 특허를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최지성 부회장, 이재용 사장 등도 강경 대응론을 강조했지만, 무선사업부장으로 특허전을 진두지휘하는 신 사장 발언은 진정한 선전포고로 들렸다.
특허 쟁점에 대해 특유의 차분한 어조로 세세하게 설명한 신 사장은 “내년 세계 경기가 어렵고 휴대폰 시장도 힘들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전자는 올해보다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판매 비중을 더 늘릴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특허전쟁에서 얻은 것과 잃은 것 무엇인가.
▲얻고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잃은 것은 우리의 브랜드와 우리의 자존심이다.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싸움은 장기전이다. 이제는 굉장히 적극적으로, 그들(애플)이 하는 것처럼 하려고 한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특허하면 이동통신 특허만 생각하는데 멀티미디어 등에도 많다. 가지고 있는 특허를 모두 동원해 대응하려고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젠 수비적으로 하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범위도 넓히고, 수위도 높이려고 한다.
-한국에서도 아이폰4S 판매금지 소송할 것인가.
▲현재 검토하고 있다. 결정된 바는 없다. 이 자리에서 단정적으로 말씀드릴 게 없다는 것이다. 결정하면 말씀드릴 시기가 올 것이다.
-애플이 삼성과 크로스 라이선스를 맺은 퀄컴 칩을 썼기 때문에 삼성 통신특허가 소진됐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퀄컴과 크로스 라이선스를 체결했지만 특허 권리가 소진·소멸되지 않았다. 소송 전략과 관련돼 구체적으로 다 답할 수 없으나 소진되지 않은 수많은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권리를 다 행사할 수 있다.
-갤럭시탭10.1이 판매금지됐는데 판매목표 달성할 수 있나.
▲연초 스마트패드를 작년에 비해 5배 이상 팔겠다고 했다. 그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는데 이런 태클(판매금지)이 들어왔다. 하지만 할 수 있다고 본다.
-특허전이 공세로 전환한 것은 협상 정국에서 로열티를 더 받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도 있다.
▲우리가 올해 독일 IFA 전시회에서 갤럭시탭 신제품 전시도 못하고 철수했다. 처음 있는 일이다. 마치 제스처로 보는데 (그건 아니다). 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시장, 제품, 고객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이재용 사장이 스티브 잡스 추도식에 참석하는 날, 소송을 확대했다.
▲이재용 사장이 추모식에 참석한 것은 고인에 대한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다. 오랜 기간 우리의 비즈니스 파트너였고 IT산업 혁신가였다. 추모, 경의 의미다. 지금 걸려있는 특허 현안하고는 관련이 없다.
-‘갤럭시 넥서스’를 발표했는데, 이것은 특허전에서 자유로울 수 있나.
▲피할 수 있는 것 다 피하고 출시했지만 장담할 수 없다. 특허는 드러나지 않는 것도 많기 때문이다. 100% 자유로운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LTE폰 경쟁에선 경쟁사가 삼성 슈퍼 아몰레드를 깎아내리고 있다.
▲제품이든 기술이든 시장에서 고객이 판단할 것이다. 이 자리에 없는 경쟁사와 비교하는 것은 좋지 않다. 하지만 슈퍼 아몰레드 기술력은 기존 디스플레이보다 뛰어나다. 갤럭시S 출시 이후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새 전략폰 ‘갤럭시 넥서스’의 가장 좋은 점을 꼽는다면.
▲마음에 드는 것은 많이 있는데, 인터넷 속도가 많이 빨라졌다. LTE가 시작되고 네트워크, 브라우저 모두 빨라지면 PC에서 즐기는 인터넷 경험을 모바일 환경에서도 똑같이 즐길 수 있다. 사용자 환경(UI)도 편리해졌다. 한 차원 더 발전되는 것이다.
-내년 사업전망을 어떻게 보나.
▲선진 시장은 올해보다 썩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세계 휴대폰 시장은 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도 스마트폰 성장은 올해처럼 성장할 것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과거 많은 어려움 겪고 턴어라운드했다. 내년에도 올해 이룬 것처럼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판매 비중이 늘어날 것이다.
-독자 OS 바다 전략은 어떻게 되나.
▲오픈 OS 정책을 추구하려고 한다. OS는 한 회사만 사용하면 발전의 한계, 성장의 한계, 커뮤니케이션의 한계가 있다. 원하는 파트너가 있으면 널리 쓰고 글로벌화하기 위해 바다 OS 공개를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픈은 경쟁회사도 좋고, 오퍼레이팅 회사도 괜찮고 선별적으로 하지 않을 것이다.
-전략폰이 너무 많이 나왔다. 진짜 전략폰 전략이 무엇인가.
▲요즘 모바일 산업은 변화무쌍하다. 자고 나면 새로운 뉴스가 나온다. 가장 중요한 것은 테크놀로지 이노베이션(기술혁신)이다. 갤럭시S2, LTE폰, 갤럭시 넥서스가 발표되며 상당한 하드웨어 혁신이 있고, 소프트웨어 진보도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시장을 공략하기 때문에 대표 전략폰을 하나로 정하지 않을 것이다. 시장, 나라, 오퍼레이터, 고객마다 요구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허전과 별도로 고객 충성도는 애플이 더 높은 것 같다.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삼성전자는 아직 스마트폰 회사가 아니다. 잘 알다시피 갤럭시S 내놓고 피처폰 회사에서 스마트폰 회사로 빠르게 변하는 과정에 있다. 그래도 스마트폰 소용돌이 속에서 빠르게 성공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미 서유럽 선진 시장을 포함해 30여개국 이상에서 스마트폰 1위하고 있다. 휴대폰 전체 1위하는 나라도 많다. 테크놀로지 이노베이션 많이 하면 삼성 스마트폰을 사랑하는 충성도 높은 고객도 많아질 것이다. 시기는 머지 않았다.
홍콩=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