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땜질 처방 강요하는 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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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 열 하루 만이다. 한국음식업중앙회가 지난 6일 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면서 벌어진 중소 가맹점 수수료 논란이 17일 카드사 결정으로 일단락됐다.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일치고는 무게감이 상당했다.

 중소 가맹점주들은 카드사가 ‘수수료 잔치’를 벌이는 사이 자신들은 손해가 늘어난다며 카드사를 몰아붙였다.

 금융당국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김석동 위원장은 지난 13일 금융권이 탐욕을 부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 카드사 수수료 정책도 비판했다. 그는 “가격을 직접 규제할 생각은 없다”면서 “카드사 스스로 답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결국 카드사가 손을 들었다. 이들은 일제히 수수료율을 대형 할인점 수준인 1.8%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국민의 이익을 옹호한다는 이미지를 얻었을 수 있다.

 문제는 논의 과정이다. 지난 열 하루 동안 금융당국 대처는 전혀 일관적이고 논리적이지 못했다. 대표적인 예가 1만원 미만 카드 소액결제 거부 추진이다. 지난 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 위원장은 “소액결제 (신용카드) 의무수납 폐지나 완화를 본격 검토할 시기가 왔다”는 말을 꺼냈다. 금융위는 3일 뒤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결정은 바로 여론의 반발을 샀다. 올 7월 현재 1만원 소액결제는 전체 거래 건수 29.2%를 차지한다. 많은 국민이 신용카드 사용에 익숙해진 결과다. 세원 확보 등을 이유로 카드 사용을 장려해 온 정부 방침도 한몫을 했다.

 반발이 커지자 김 위원장은 며칠 만에 “신중히 가야 한다”며 태도를 바꿨다. 대신 그는 카드사 수수료로 방향을 틀고 “합리성에 대해 검증해볼 것”을 주문했다.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로 수익이 얼마나 줄어들지 따져보지 못했다”며 이번 결정이 급하게 내린 것임을 시인했다.

 결국 소상공인을 위한 대책을 추진한다는 대전제만 있었을 뿐,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는 것을 금융당국 스스로 증명하는 모습이 됐다. 수수료 인하 결정 역시 진지한 검토는 없었던 셈이다. 김 위원장 뜻대로 ‘합리적인 결정’이 나오려면 이 같은 땜질식 처방은 더는 없어야 한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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