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더블 딥 가능성이 최대 55%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가 세계경제와 국제금융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개최한 ‘세계경제 위기 전망과 기업의 대응 세미나’에서 김종만 국제금융센터 수석 연구원은 “지난해 12월에 취한 미국의 경기부양 조치가 올해 말에 종료될 경우 더블 딥 가능성은 33.3%에 이른다”며 “여기에 유럽에 신용쇼크가 초래되면 40%, 유동성 쇼크까지 더해진다면 55%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박사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더블 딥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재정 악화, 정치적 리더십 부족 등으로 정책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세계경제가 회복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국의 정책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이라 추가 인하가 쉽지 않고, 금융위기 대응 과정에서 유동성 공급이 늘어나 새롭게 도입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거의 없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은 유동성 공급을 늘려도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이미 빠진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경제에 대해서는 세계 교역 증가세 둔화 가능성이 높아 수출 중심으로 피해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김 박사는 “최근 국내 금융시장 불안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 입장에선 불가항력”이라고 진단하며 “지난 2008년보다는 외환 상황 등이 상당히 개선되어 있는 만큼 회복도 그만큼 빠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오석태 SC제일은행 연구원은 “최근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더블 딥 불황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다만 세계경제의 빠른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제하고 재정 긴축과 민간 부문의 부진으로 선진국 경제의 저성장·저금리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과 관련해선 “당분간 원화 약세가 이어지겠지만 수출업체의 대기 매물을 감안할 때 1200원을 크게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내년 초까지 현 수준에서 동결되다가 4.0%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위기가 우리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세계경제의 전반적 침체가 상당 기간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내외 수요 위축과 자금 조달 여건의 악화가 전망된다”며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위기관리 체제를 갖추는 한편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등 선진국 기업을 따라잡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