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이미 적신호…장기불황 땐 `위험 도미노\'
LG전자 이미 적신호…장기불황 땐 `위험 도미노`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이율 이영재 기자 = 국내 간판급 대기업들이 현금흐름이 급격히 나빠지자 `돈 구하기`에 비상이 걸렸다. 이 때문에 회사채 발행 규모를 대폭 늘리고 단기차입도 확대하고 있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실물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기업의 유동성이 부족하면 부도 등 최악의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위험 관리에 나선 것이다
LG전자의 신용등급이 국제 신용평가사에 의해 최근 강등되는 등 일부 대기업에서는 이미 위험 신호가 나오고 있다. 불황이 장기화하면 다른 기업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
◇ 잉여 현금흐름, 대부분이 적자 또는 감소세
17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예측치를 내놓은 83개 상장사의 올해 연간 잉여현금흐름(연결재무제표기준) 전망치(시장 컨센서스)는 7월 말보다 40% 이상 급감했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현금에서 투자에 들어가는 돈을 제외해 구한다. 이는 기업이 차입급을 제외한 보유현금으로 회계에서는 영업활동현금흐름과 투자활동현금흐름을 합하면 된다.
분석대상 기업들의 올해 잉여현금흐름 전망치는 7월 말 74조4천989억원에서 13일 현재 42조9천902억원으로 42.29% 줄었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18.29%가량 늘었지만, 세계 경기 악화로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17.90% 줄었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이한득 연구위원은 "세계 경기 악화로 기업들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줄었는데 반해 투자활동이 늘어 잉여현금흐름이 크게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로 전환하면 해당 기업은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자금을 끌어들이지 못하면 심각한 경영난을 맞게 된다.
지난 7월 말 이후 잉여현금흐름 전망치가 적자로 전환한 기업은 LG디스플레이, CJ제일제당과 CJ E&M, 현대상선, 삼성물산, 한국가스공사, 서울반도체, 한화, LG산전 등 12곳으로 굵직굵직한 기업이 많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잉여현금흐름이 440억원 흑자에서 1천472억원 적자로, 삼성물산은 3천4억원 흑자에서 2천42억원 적자로, CJ제일제당은 1천621억원 흑자에서 1천525억원 적자로, 현대상선은 2천248억원 흑자에서 1천764억원 적자로 각각 전환했다.
잉여현금흐름 전망치가 적자가 아니면서 증가세를 나타낸 기업은 83곳의 15.7%인 13곳에 그쳤다. 나머지 84.3%가 적자 또는 감소세를 나타낸 것이다.
삼성전자의 잉여 현금흐름 전망치는 5조3천395억원으로 7월 말 5조9천311억원보다 9.97% 줄었다.
현대차(-83.47%), 현대중공업(-51.55%), 하이닉스(-46.81%), LG화학(-54.44%), 현대모비스(-43.94%), 롯데쇼핑(-66.85%), 호남석유(-43.48%), 현대건설(-80.75%) 등 대부분 간판기업의 잉여현금흐름이 7월 말에 비해 악화했다.
◇ 대기업들 현금 확보 돌입
대기업들은 현금이 부족하자 차입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분기 회사채 발행액은 30조9천25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26조1천777억원)보다 18.1% 증가했다.
주요 기업그룹 가운데 LG그룹은 3분기에 1조800억원을 공모회사채시장에서 조달했다. 계열사별로는 LG전자 3천800억원, LG디스플레이 3천억원, LG유플러스 2천억원, LG실트론 2천억원 등이다.
한진그룹은 8천억원을 발행했다. 계열사별로는 대한항공 6천억원, 한진해운[117930 2천억원이다.
POSCO그룹이 7천700억원을, 한국전력공사와 SK그룹이 각 7천500억원을, 롯데그룹이 6천700억원의 자금을 각각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했다.
주로 대기업이 단기차입을 위해 발행하는 기업어음(CP) 발행도 급증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현재 증권사들을 통한 기업들의 CP 발행잔액은 63조7천489억원으로 작년 말 47조843억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번주(17~21일) 회사채 발행계획은 모두 40건 2조2천942억원이다. 이는 지난주 17건, 1조1천500억원에 비해 2배로 늘어난 것이다.
기업별로는 삼성물산 4천억원, 쌍용양회공업 500억원, 두산건설 1천억원, SK 1천500억원 등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이번주 회사채 발행 규모가 3주 만에 다시 2조원대를 넘는다. 만기도래 채권 상환 수요와 저금리 여건을 활용한 선 자금 확보 수요가 많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 현금부족→차입증가→신용저하→차입비용 상승 악순환
대기업들은 현금이 부족하자 차입을 크게 늘리고 있으나 그 후유증이 예상된다.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차입비용이 비싸질 수 있다는 얘기다.
국제신용평가사 S&P는 최근 실적악화로 재무상태가 나빠진 LG전자의 장기채권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강등했다. 무디스도 LG전자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한다.
동양종금증권 최종원 신용분석 연구원은 "현대차를 빼고는 대기업들의 자금상황이 모두 안 좋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회사들의 자금 사정도 당연히 나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 황인덕 평가기획실장은 "단기적으로 기업의 생사를 좌우하는 것은 유동성 위험 관리 능력이다. 만약 위기 확산 국면에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부도 또는 워크아웃을 겪거나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이한득 연구위원은 "잉여현금흐름이 줄어 적자로 전환하면 기업은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을 통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이 경우 재무구조가 악화해 차입비용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