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네덜란드에서 제기한 첫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패배하면서 ‘아이폰4S’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삼성전자는 독일, 네덜란드, 호주에 이어 애플과의 소송전에서 4연패에 빠졌다. 삼성의 주 무기인 통신특허가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아이폰4S’ 판매 금지라는 공세 전략도 무뎌질 것이라는 우려다.
애플은 내친김에 삼성전자와 퀄컴의 크로스 라이선싱을 이용해 삼성 통신 특허를 무력화하려는 전략까지 구사 중이어서 삼성전자의 ‘플랜B’ 전략이 주목된다.
◇삼성 통신특허 안 먹혔다=네덜란드 헤이그법원은 지난 14일 애플의 아이폰4·아이패드 현지 판매를 금지해 달라는 삼성의 가처분을 기각했다. 헤이그법원은 애플이 삼성전자 3G 통신 특허 4건을 침해했다는 삼성의 주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애플이 사용한 삼성 기술은 표준화된 필수 특허 기술로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프랜드)’ 방식으로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표준특허권자가 무리한 요구를 해 경쟁사의 제품 생산이나 시장 진입을 방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약자 보호 제도다.
이 때문에 네덜란드 소송은 가처분보다 본안 소송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삼성이 승소하더라도 로열티를 받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4S에 영향 미치나=네덜란드 판매금지 소송 기각은 ‘아이폰4S’를 판매 금지시켜 특허전에서 반전을 꾀한 삼성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지난 5일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애플 ‘아이폰4S’ 판매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삼성은 WCDMA 통신표준 특허 프랑스 2건과 이탈리아 2건으로 스마트폰 등 통신기기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 기술을 아이폰이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 가처분 소송도 네덜란드와 같이 대부분 통신 표준특허와 관계된 것이어서 프랜드 조항이 적용돼 기각될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소송 내용은 나라마다 달라 다른 소송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애플, 삼성 특허 무력화 시도도 변수로=애플 특허전략은 일단 프랜드 조항을 이용해 판매금지 가처분을 피해가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지난 14일 한국에서 열린 공판에서도 애플은 이 점을 강조했다. 애플은 이와 함께 삼성 통신 특허를 무력화시키는 강공까지 구사 중이다. 지난 주 미국 법정에 삼성전자와 퀄컴 간 라이선스 내용을 볼 수 있도록 신청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 2008년 LG전자와 대만 콴타 특허소송에서 콴타가 승리한 전략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당시 콴타는 LG전자 기술을 라이선스한 인텔 칩을 썼기 때문에 특허 의무가 없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애플도 앞으로 삼성 라이선스를 얻은 퀄컴 칩을 이용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논리로 삼성 특허를 무력화할 계획이다.
이창훈 법무법인 우인 변호사는 “삼성이 주장하는 모든 특허가 다 퀄컴의 라이선스 커버를 받고 있는지가 이슈지만 만약 그렇다면 소송에서 불리해진다”고 덧붙였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4일 “애플은 제 1거래처로 존중하는 것은 변함없지만 우리 이익을 침해하는 것은 좌시할 수 없다”며 “분리해서 그런 논리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력한 대응을 시사했다.
<표>삼성 VS 애플 글로벌 법정공방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