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선천적으로 융합적이다.”
이건창 성균관대 경영대학 경영정보시스템·인터랙션 사이언스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생각보다 융합 산업에서 앞서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소한 응용 부문에서는 오히려 선진국보다 낫다고도 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가 융합에서 약하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면서 “미국을 가 봐도 애플 등 일부 업체만 잘할 뿐 전체적으로는 우리가 더 잘한다”고 말했다.
그가 드는 사례는 독특하지만 설득력이 강하다. 그는 전자제품을 예로 들었다. 외국에서는 진공청소기를 흡입만 하도록 만들지만 우리는 스팀을 넣어 걸레질도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전자레인지도 외국은 팝콘이나 피자를 해먹는 게 전부인데 우리는 죽부터 된장찌개까지 모두 할 수 있다. 세탁기도 그냥 빨래만 하는 게 아니라 공기방울, 방망이, 통돌이 등 온갖 추가 기능이 있다. 이처럼 다양한 융합 기능을 무기로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다는 것.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소비자들이 굉장히 까다롭기 때문에 내수 시장에서 융합을 잘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연구소들은 융합 연구를 굉장히 많이 하지만 이를 당장 실용화하기보다는 원천기술로 남겨두는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다.
원천기술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응용 분야에서만큼은 우리가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경쟁력을 갖춘 국내 융합산업을 더욱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민간 기업이 더욱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외국에서는 융합이 민간 주도로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너무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융합제품이 가진 특성을 고려해 규제나 인증 문제를 해결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규제를 풀어주면 융합 기질이 강한 기업들이 융합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게 될 것”이라며 “초기에는 작은 내수시장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구매를 해주는 등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