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부터 일주일간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는 삼소회(三笑會)가 주최한 ‘염소 한 마리의 희망’이라는 사진전이 열렸다. 삼소회 회원들이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를 찾아 가난과 기아에 허덕이는 여성과 어린이 일상을 담은 사진을 전시한 행사였다. 현지 염소 한 마리 가격은 우리 돈 2만원이다. 염소 한 마리만 있으면 에티오피아 어린 신부가 팔려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수익금은 전액 에티오피아에 전달한다. 삼소회는 천주교 수녀와 불교 비구니, 원불교 정녀로 구성된 여성 성직자 모임이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세계 60억 인구 중 약 5%만이 부유층이고 나머지는 빈민층이다. 이 가운데 10억명은 하루 1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살아가는데 대부분이 아프리카 국민들이다.
폴 콜리어 옥스퍼드 경제학과 교수는 그의 저서 ‘빈곤의 경제학’에서 아프리카 빈곤국가의 발생원인으로 △분쟁의 덫 △천연자원의 덫 △나쁜 이웃을 둔 내륙국의 덫 △작은 국가의 나쁜 통치의 덫 네 가지를 들었다.
아프리카 나라 대부분은 부족이 모인 연합체 형태여서 권력 쟁취를 위한 끝없는 내전을 벌이고 있다. 다이아몬드 등 극히 일부 광물을 제외하고는 천연자원도 불모지와 같다. 그나마 매장된 광물 채굴권도 이미 유럽이나 미국 업체로 넘어간 지 오래다. 우간다는 영국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이래 끊임없이 내전과 쿠데타에 시달려왔다. 특히 수단과 콩고민주공화국, 탄자니아, 르완다, 자이르, 케냐 등 악명 높은 분쟁국에 둘러싸인 내륙국이다 보니 충돌도 잦다. 코트디부아르의 로랑 그바그보 전(前) 대통령은 30년간, 쿠데타로 집권한 조제프 데지레 모부투는 32년간 콩고를 통치했다. 이 기간 동안 나라꼴은 말이 아니었다.
지난 9월 17일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구호 아래 시작된 시위가 뉴욕을 너머 미 전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이들이 나선 배경도 결국은 빈곤 문제의 폭발이었다.
“우리는 미국 최고부자 1%에 저항하는 99% 미국인의 입장을 대변한다” “1%의 탐욕과 부패를 99%가 더 이상 참지 않겠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방값 걱정, 끼니 걱정을 하지 않게 해 달라”가 구호다.
미국의 계속되는 경제침체로 ‘아메리칸 드림’은 이제 먼 나라 얘기가 됐다. 빈부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대학을 나온 수많은 청년들이 거리를 헤맨다. 그런데도 경제위기를 촉발한 월가의 CEO들은 천문학적인 액수의 퇴직금과 인센티브를 받는다.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미국 최고 대학으로 선정된 윌리엄스대학 존 바키자 교수는 실제로 현재 미국 상위계층 0.1%가 벌어들이는 개인 소득이 전체 국민 소득의 10%를 넘어선다고 한다. 상위 0.1% 평균소득은 560만달러로 나머지 90%의 3만1244달러의 186배에 달한다.
오늘(17일)은 UN이 정한 세계 빈곤 퇴치의 날이다. 지난 2000년 UN에 모인 각국 정상들은 빈곤퇴치를 위해 △절대 빈곤과 기아 퇴치 △보편적 초등교육 달성 △양성평등과 여성능력 고양 △유아 사망률 감소 △산모건강 증진 △에이즈와 말라리아 및 기타 질병 퇴치 △지속가능한 환경 보장 △개발을 위한 국제 파트너십 구축 여덟 가지 실천을 약속한 바 있다.
세계는 하나의 유기체다. 어느 한 곳의 절대 빈곤은 그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선진국의 경제발전도 가로막는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먼 아프리카 가난한 나라를 생각하지는 못하더라도 주변에 소외된 이웃들은 없는지 살펴 볼 일이다.
홍승모 전자산업부 부국장 sm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