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발전업계와 전력학회인들이 9·15 정전사태 이후 일고 있는 전력구조 통합 움직임에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 5일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이 전력계통 운영업무를 한국전력에 통합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사업법및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데 정면 반박하는 것으로 향후 전력산업 구조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력산업연구회는 13일 서울 반포동 서울팔래스호텔에서 ‘9·15 정전사태와 전력산업 정책방향’ 세미나를 열고 정치권의 전력산업 통합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날 행사의 주요 골자는 △전력산업 구조 통합 중지 △전기요금 인상에 한계가 있는 판매부문 공기업 구조개선 △전기연구원의 독립규제기관으로서의 역할 확대 등이었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정전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전기요금 체계를 지적했다. 손 교수는 “이제는 전기요금이 낮다는 데 대다수가 공감을 하지만 왜 전기요금이 낮은 지에 대한 접근이 없다”며 “정부는 요금인상 능력을 상실한 만큼 지금의 공기업 체제로는 요금 인상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의 경직된 전력시장에서 기업들은 할 일이 없는 만큼 민간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본적인 시장시스템을 조성하고 분산형 전원 및 자가발전 등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중린 건국대 교수는 “낮은 전기요금에 따른 에너지 소비관리가 되지 않는 지금으로선 어떠한 구조에서도 정전은 재발한다”며 “전력구조 통합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또 “전기요금이 과도하게 낮다보니 에너지효율화 기술이 개발만 되고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전력산업 발전 및 국가경쟁력 차원에서도 현실적인 전기요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력구조 통합으로 시장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박수훈 민간발전협회 부회장은 “계통과 판매를 한국전력으로 통합하면 발전기 기동정지 및 출력순위 조정 부분에서 한국전력이 발전자회사들에게 유리한 잣대를 적용할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며 “이러한 우려만으로도 민간발전업계는 신규 발전사업 추진 및 투자유치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성봉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위원회를 강화해 독립적인 규제기관으로 자리잡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전기요금을 선거 때마다 선심성 공약의 도구로만 활용한 정부와 정치권은 전력산업 규제에서 손을 떼야 한다”며 “일개 과단위로 축소한 전기위원회를 강화해서 투명하고 전문적인 독립규제 의사결정기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