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위원장 "금융권, 과도한 탐욕과 도덕적 해이 버려야"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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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13일 금융권에 대해 “과도한 탐욕과 도덕적 해이를 버려야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촉발된 금융권의 과도한 이윤 추구에 대한 비판이 국내에도 확산되기 전에 금융권 스스로 자성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금융회사는 160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넣어 살린 곳으로 국민의 피땀 같은 세금으로 만들었다”며 “어떤 행동 양식을 가져야 할지 스스로 대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배당, 억대 연봉 체계, 수수료 문제 등 최근 불거진 금융권 내 각종 문제점에 대해 금융당국이 규제에 나서기 전에 금융권이 먼저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이 금융권을 강도 높게 비판한 이유는 월가에서 시작한 시위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17일 미국 뉴욕거래소 공원에서 시작한 시위는 점차 각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유사한 움직임도 세계 175개 국가에서 결성됐다.

 국내에도 ‘한국판 월스트리트 점거투쟁-탐욕스런 금융자본을 공격하라!’는 집회가 오는 15일 여의도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시위를 주도하는 금융소비자협회 관계자는 “한국에서도 금융권이 수십조원의 수익을 내고 소수 대주주를 위한 고배당과 임원들의 고액연봉은 많은 사람의 절망과 분노를 불러오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국내 금융권은 안이한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생각이다. 김 위원장은 특히 금융권이 스스로 양극화를 치유하고 제어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사회 시스템의 붕괴마저 불러올 만큼 심각하다고 본 것이다.

 김 위원장은 금융권이 당장 △지배구조 관련 경영 투명성 제고 △금융회사 본업 충실 △사회적 약자와 금융소비자 배려 등 세 가지 사항을 챙길 것을 주문했다. 국내 은행은 다른 나라와 달리 국민 부담과 정부 지원으로 존재하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춰야 하며, 어려운 상황일수록 가계와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보호 장치 구축 필요성도 제기했다.

 김 위원장은 사회지도층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요구하듯 금융권 종사자는 ‘리세스 오블리주(Richesse Oblige)’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융 종사자도 가진 자다. 가진 자에게 책임 있는 것이다”며 “금융 정책을 하는 사람은 (리세스 오블리주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꼬집었다.

 

 <용어>

 ◆리세스 오블리주(Richesse Oblige)=사회지도층의 의무를 강조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처럼 부에도 사회적 책임이 뒤따른다는 의미다. 영국 연방 유대교 최고지도자 조너선 삭스가 창안한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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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규기자 k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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