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SW) 인력에 대한 태도가 예사롭지 않다. 12일 오전 서초사옥에서 열린 사장단 수요회의에서 정부의 SW 정책에 대해 비판과 함께 꾸준히 대안을 제시해온 KAIST 김진형 교수를 초빙해 ‘왜 소프트웨어인가’라는 주제의 강연을 경청하는가 하면 SW인력 1만명 충원에 대한 얘기까지 밝히는 등 보다 적극적인 실제 움직임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SW 기업화가 급진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경쟁력은 누가 뭐라고 해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SW 개발력이다. 선결 조건이 전문인력인 셈이다.
김 교수도 이날 강연에서 최지성 부회장과 사장단에게 “대기업이 소프트웨어 인력 채용을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SW 인력은 말 그대로 전문인력을 의미하지 단순 코딩 인력은 아니다”면서 “제대로 된 SW인력을 채용하고 이를 위한 처우도 대폭적으로 개선해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부회장은 김 교수의 얘길 듣고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인력은 2만5000명으로 전체 인력의 50% 수준인데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면서 “대학에서 배출하는 전문 인력이 모자라서 그렇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우리나라는 전산 전문가와 단순 코딩 인력을 혼돈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소프트웨어로 부가가치를 생산하기 위해 치열하게 설계하는 전문가와 단순 공식에 따라 값을 입력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코딩 작업 종사자를 혼동하지 말고 말 그대로 고급 개발자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대기업이 소프트웨어 인력을 지금보다 더 많이 채용해야 한다”면서 “제자들을 통해 대기업들의 소프트웨어 인력에 대한 대우가 부족하다는 의견을 듣고 있는데, 고급 개발자의 경우는 대폭 개선해줘야 제대로 된 인력을 영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기업에서 제대로 대우를 못해주면 벤처나 게임회사로 인력이 갈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그는 또 최 부회장과 사장단에게 대기업이 SW의 값을 매길 때 제품의 가치가 아닌 개발자들의 머릿수에 따른 용역비를 지급하는 이른바 ‘맨먼스(man/month)’ 관행을 비롯해 낮은 SW활용과 투자, 소유와 거래 권리 등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삼성전자 측은 이에 대해 “과거 우수한 인력이 대기업보다는 창업을 선택한 것이 이런 오해를 낳을 수도 있다”면서 “삼성전자의 SW인력에 대한 대우는 글로벌 기업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기업 차원의 제도 개선과 함께 다양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삼성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가 되도록 앞으로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용 삼성전자 부사장도 “기업 입장에선 인력이 많이 부족해 인도 인력 채용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 소비자 등 모두의 생각과 제도와 관행이 바뀌지 않으면 소프트웨어 산업 활성화는 기대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