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12일(현지시각) 본회의를 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위한 관련 이행법안을 통과시켰다. 2005년 2월 양국이 FTA 추진을 위한 사전실무점검회의를 시작한 지 6년 8개월 만이다. 이제 공은 우리 국회로 넘어왔다.
◇한미 FTA 남은 절차는=미 상·하원이 통과시킨 한미 FTA 관련 법안은 이후 백악관으로 넘어간다. 오바마 대통령이 관련 법안에 서명(비준)하면 입법 과정이 완료된다. 양국이 FTA를 발효하기 위해서는 각국이 모두 입법 절차를 마쳐야 한다. 그 뒤 상호 이행확인서한을 교환한 뒤 60일 이후, 또는 특정한 날짜에 발효가 되는 것이다.
우리 국회의 입법 절차가 끝나지 않고서는 한미 FTA 비준이 완료됐다고 볼 수 없다.
12일 국회는 하루종일 긴박하게 돌아갔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미국 절차가 끝난 만큼 하루라도 시급히 처리하겠는 방침을 재천명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라디오 연설에서 “이달 내에 한미 FTA 비준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면서 “반미주의자들에게 더 이상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민주당과 야당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강행처리 반대 결의문을 채택하면서 대응에 나섰다.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우리 국회는 미국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복무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10+2 재재협상’ 요구에는 끝내 침묵하면서 이달 내 날치기를 해서라도 통과시키겠다는 데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국익에 반하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며 저지 의사를 밝혔다.
미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와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FTA는 경제영토를 넓히는 일”이라며 “한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의 한국 내 투자가 늘고 미국 기업들이 한국 서비스업에 진출해 교민들의 일자리도 늘 것”이라고 말했다.
◇발걸음 빨라진 우리 기업들=기업과 기업인들은 한미 FTA가 가져다 줄 여러 영향을 분석해 그동안 준비한 행보에 속도를 붙였다.
당초 이 대통령 방미 사절단에 참가하기로 했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번 주말 방한하는 네이선 딜 미국 조지아주 주지사를 맞기 위해 수행 계획을 취소했다. 정 회장은 한미 FTA 발효를 앞두고 공화당 출신 5선인 딜 주지사를 통해 현지 정치권에 원활한 협조를 당부하는 것으로 청와대와 역할을 정리했다고 한다.
한미 FTA로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수 있는 자동차 및 관련 부품, 농축산업 분야 기업들도 해외 공급처 다변화와 유통망 재점검에 부심하고 있다.
KOTRA는 한미 FTA가 발효될 경우 관세 철폐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품목과 중견·중소기업들의 수출 유망제품 10대 품목을 조사해 발표했다. 브레이크패드, 냉간단조부품(엔진블록·피스톤 등), 볼트·너트, 폴리에스터섬유, 카매트, 볼베어링, 펌프, 터치스크린 모니터, 에폭시 수지, 리튬2차전지 등이다. 이들 품목을 다루는 개별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정부 수출 활로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