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Trend)’는 동향·추세·유행을 뜻한다. 하나의 움직임이 대세가 되는 경우다. 대학가에 창업 열풍이 불고 있다. ‘창직(創職)’이란 말도 이제 흔하다. 창업이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우려하는 소리도 들린다. 아이템이 너무 천편일률적이다. 창업경진대회에 가보면 쉽게 느낀다.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이라는 공통점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에 나와 있는 소프트웨어와 큰 차이점을 찾기 어렵다. 기술소개를 들어보면 잘 알 수 있다. 하나같이 기존 서비스와 우리 기술은 ‘A라는 측면에서 다르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A라는 기술·서비스가 새롭다는 느낌을 들지 않는다. ‘굳이 필요할까’라는 생각까지 든다.
최근 전자신문이 개최한 ‘스타트업(Start-Up) 포럼 2011’에 기조강연차 방한한 미국 벤처캐피털 알토스벤처스 한킴 대표는 “한국 기업인들이 투자 트렌드를 묻는데 미국 벤처캐피털들은 절대 트렌드를 쫓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들이 떼를 지어 날아간다면 그중 가장 특출한 새를 찾아서 투자하는 곳이 벤처캐피털”이라고 설명했다. 트렌드를 쫓아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다.
지난해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은 글로벌 파트너링 사업 일환으로 한국 모바일 기업 58곳을 구글에 소개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구글은 한곳도 관심을 보이질 않았다. 구글측은 “우리는 회사 수상실적이 궁금한 게 아니라, 획기적인 아이디어나 기술을 찾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기술진화로 세계시장을 겨냥해 창업하는 ‘벤처 본 투 글로벌(Born To Global)’ 시대다. 시장은 커졌다.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세계 수십만, 수천만 회사와 동시에 싸워야 한다. 그저 그런 아이템으로는 안 먹힌다. 설령 히트해도 한순간이다. 유사 아이템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가 추앙받는 이유는 하나다. 독창성·창의성이다. 그는 트렌드에 연연하지 않았다. 남들이 뭐라든 자신의 길을 고집스럽게 걸었다. 명언이 된 ‘언제나 갈망하라, 언제나 우직하게(Stay hungry, stay foolish)’란 말을 스스로 반복했을 것이다. 우리 기업인들도 트렌드 유혹에 빠질 때마다, 잡스 CEO의 말을 되새겨보길 바란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