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들의 비평을 `평판(評判)`이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보편적인 시각, 즉 평판에 대해서 유독 많은 신경을 쓴다.
최근 평판연구소(Reputation Institute)가 세계 각지 4만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세계 평판 순위`에서 한국이 중하위권인 34위에 랭크됐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많은 국민이 얼굴을 붉힌 것도 같은 이유다. 아시아에서 한국보다 뒤처진 국가는 43위 중국뿐이었다. 일본(12위), 싱가포르(20위), 대만(25위), 인도(27위), 태국(30위)도 한국보다 세계평판 순위가 높았다.
하지만 국가에 대한 평판이 아니라 삼성, LG 등 기업에 대한 평판을 조사한다면 이보다 순위가 훨씬 앞설 것으로 생각한다.
베트남에서도 국내 기업의 위상은 대단하다. 2009년부터 휴대폰 공장을 가동해 온 삼성은 단연 최고다. 삼성은 1400명의 직접 고용과 40여개 1차 협력업체를 통해 연간 1억대에 달하는 휴대폰을 생산, 세계 시장에 공급한다. 베트남에서 수출되는 금액만 지난해 20억달러, 올해는 5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베트남 국가 전체 수출 예상액 800억달러의 6.25% 수준이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삼성의 교민사회 평판은 그 위상에 비해 약 2% 부족한 것 같다.
먼저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에서는 상생, 동반성장을 위한 본사의 노력이 베트남까지는 늦게 전해지는 것 같다. 비슷한 상황에서도 삼성만 바라보고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들이 느끼는 불만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아쉬운 대목이다.
최근 하노이에 건설하고 있는 한인학교 기부금을 두고도 말이 많다. 교민이 늘면서 학교를 신축하는데, 부족한 약 200만달러 비용을 1년 6개월째 모금 중이다. 두산중공업, 포스코,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 현지 진출 기업이 10만~30만달러까지 기부 행렬에 동참했다. 아직 주요 기업 중 삼성의 이름이 빠져 있다. 삼성도 기부를 결정했지만, 집행이 조금 늦어지면서 뒷말이 생겼다고 한다.
아주 작은 배려가 존경받는 기업을 만든다. 삼성의 성공적인 베트남 사업에 박수를 보내며, 위상과 평판이 함께하는 기업이 되길 기대해 본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